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논란에 뒤죽박죽 내 맘대로 생각하기.
2009년 여름, 몽골의 초원은 너그러웠다.
참으로 부러운 얘기를 들어서 그런 인상을 갖게 되었는데, 몽골의 모든 국민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조건 땅을 갖게 된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에게 공평하게 땅을 나누어주는 나라.
국민 1인당 토지 무상 배정의 할당 크기는 개인주택용 0.07헥타르(약 210평), 채소 재배용(텃밭)은 0.1헥타르(약 3백 평), 농사용은 100헥타르(약 30만 평) 정도 된다.
즉 몽골 국민은 누구나 택지 5백 평에 농지 30만 평을 가진 대지주, 속칭 금수저들인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몽골 전체 인구 중 18.3%, 전체 가구 중 62.54%가 개인용 토지 소유권을 정부로부터 무료로 받았다고 한다.
올봄인 4월 26일 몽골 국회는 정부 내각회의에서 상정한 <몽골 국민 토지 소유권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2년 6월 27일 처음으로 제정된 이후 7번에 걸쳐 개정된 이 법에 따라 몽골 국민에 대한 토지 소유권 발급은 2027년까지로 계속될 예정이다.
(출처 : http://www.xinhuanet.com/english/2018-05/16/c_137184175.htm )
최근 종부세, 보유세 논란이 뜨겁다.
종합부동산세로 토지 보유에 대한 세금을 매겨 집 값을 안정시키고,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여론은 극명하게 갈린다.
땅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땅을 사고팔아 돈을 버는 세련된(?) 장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사회주의' 심지어 '공산주의'라는 사상적 논리로 반박하며 어떻게든 세금을 피해 두고두고 땅으로 돈을 버는 삶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집이 없고 월세로 고생에 신물이 난 평범한 시민들은 그렇게라도 부담이 줄어들 수 있었으면 하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찬성을 할지 반대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이들이 있는데, '일평생 돈을 모아 집을 간신히 한 채 장만했는데 세금폭탄을 맞으면 어쩌나', '기껏 장만한 내 집 값이 떨어져 내 재산이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이들이다.
이런 논란을 보며 우리가 뭔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엔 약 2천만 채의 집이 있고, 집을 두채 이상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5%인데, 이들이 우리나라 전체 집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문제는 세금을 어떻게 거둘 것인지, 그 세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어느 땅을 어떻게 개발해서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부당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원가를 누가 공개하고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 등의 협의에 앞서
토지의 소유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짚어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의 배경은 핵으로 황폐화된 22세기다.
독재자 임모탄은 시타델이라는 도시의 물을 독점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독재자에게는 '워보이(War boy)'라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있고, 이들은 임모탄을 마치 종교와 같이 영생을 걸고, 절대적으로 신봉한다.
임모탄이 수문을 찔끔 열어 물을 쏟아내는 날, 갈증에 눈이 뒤집힌 시민들이 쏟아지는 물줄기 앞에서 미친 듯이 바가지를 들고 조금이라도 목을 축이려 짐승처럼 달려든다.
이때 임모탄이 수문을 닫아 물을 끊고 감질맛에 고통스러워하는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형제여, 물에 중독되지 마라!
물이 없어졌을 때, 이성을 잃고 분노할 것이다.
(Do not, my friends, become addicted to water.
It will take hold of you, and you will resent its absence.)"
임모탄 옆에는 독점한 수문을 지키는 '워보이'들이 든든하게 위세를 떨고 서있다. 물론 목숨까지 바치도록 사육된 충성스러운 엘리트들이다.
엊그제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발표로 전국이 난리법석을 떠는 모습에 이 영화의 노예들이 물 한 바가지를 얻겠다고 아우성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물을 독점한 탐욕의 괴수 임모탄처럼, 토지를 독점한 이들에게 점령당한 탐욕의 나라.
"토지에 중독되지 마라!"
"불로소득을 추구하지 마라!"
이게 핵심이 아닌 것 같다.
언제부터 국토를 돈만 내면 갖기로 한 건지...
돈을 내면 땅을 영원히 소유한다는 논리가 언제부터 나온 건지...
광복 70년 이후 유지돼 온 이 결정이 누구의 결정이었는지...
그게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상식인지 말이다.
굳이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성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공공재인 땅이 개인 소유로 대물림을 하는 것이 이상한 마당에,
평생 허리가 휘게 일하는 어르신이 나면서부터 건물주였던 새파란 청년의 건물 화장실을 청소하며 "이 많은 건물 중 왜 내게 하나도 없지?"라고 피식 중얼거리는 이상한 도시일지라도,
또 땅을 사놓고 권력을 이용해 지목을 바꾸거나 개발을 밀어붙여 시세차익을 남기는 치졸한 방식의 부자와 그 옆에 빌붙어 같이 나눠먹는 빈대들이 많아진 몇십 년으로 온 땅이 몇몇 재벌 가문에 다 넘어간 시대일지라도,
국토의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시대적 성찰과 합의가 다시 이뤄져야 할 시점이 아닐까?
회개란 잘못된 것을 돌이키는 것인데,
사회도 국가도 부의 양극화가 극심한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면 '국가적 회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러나,
문제는 탐욕의 논리를 맹신하고, 영혼마저 의탁하는 '워보이'들이 너무 많아,
생각을 깊이 하기가 무섭다.
몽골 울란바타르에 가서 '누구나 땅을 가진' 칭기즈칸의 후예들 틈에 앉아 회의를 하면 좀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