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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Sep 07. 2020

선택적 함구증의 치료

<금쪽같은 내새끼> TV프로그램 정리내용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TV프로그램에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가 출연하였다.

어린시절 동일한 병을 앓았고 별다른 치료없이 혼자서 불안을 대처해왔고 지금은 성인이 된 나에게 이 티비프로그램은 큰 위로가 되어주었고, 지금의 나에게도 도움되는 정보들이 많았다. (정말 보는내내 울면서봤다.)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정보들을 정리 기록해보고자한다.


*내가 선택적 함구증을 겪어온 이야기는 이전 글 참고.





선택적 함구증이란,

아이가 지적 언어적 발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사회적상황(가족이나 친한사람을 제외한)에서 말을 하도록 요구받을때 말을 안하는 증상을 말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아이가 말을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싶어도 불안으로인해 말이 안나오는 것이다. 대체로 진단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인 8세정도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이뤄지는데, 평소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아이가 말을 잘하기 때문에 부모가 눈치채지 못하다가 초등학교 입학 후 몇 개월이 지난 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불안증은 성인에게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유아기부터 선천적으로 가진것임)



선택적 함구증의 원인

원인은 '불안'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불안은 인간이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감정으로 누구나 적당히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나, 이 불안이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하고 높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부모로 부터 유전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선택정 함구증을 가진 아이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타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사람의 평가에 예민하고 거절을 잘 못하는 기질적 성향이 이 증상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어쨋든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사람은 기질적으로 남들보다 '불안'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선택적 함구증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울때 소리를 안내고 운다. >> 티비에서도 이런 상황에 나왔는데, 아이가 놀이방에서 놀다가 불안함 때문에 그 방을 나가고 싶었는데 남자아이들이 장난친다고 아이의 앞을 막았고, 아이는 더욱 불안감이 증폭되어서 엄마한테 달려가 소리 없이 울었다. 나도 어릴때 바깥에서 다쳐서 울거나 친구들이 나를 웃길때 울음, 웃음을 참으려고 하는 증상이 있어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오은영 박사님은 "불안이 너무 높아져서 입안에서 소리내는 구조들까지 얼어붙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내 목소리를 사람들이 듣게된다"라는 것에 대해 큰 불안감이 있어서 어떠한 소리든 내뱉고싶지 않다는 생각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얼굴 아는 사이보다 아얘 모르는 사람을 오히려 더 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  어른이 된 나는 아직까지도 그렇다.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들은 억압적 기질(Inhibited temperament)을 타고났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아이들은 주시불안(남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에 대한 불안)이 높고, 평가에 민감하다. 따라서 이미 아는 사람들은 나의 면면들을 이미 많이 보았고, 그것을 토대로 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나에 대해 완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더 편한 것이다. 

가족과 있을 때 말을 잘하는 모습을 반 친구에게 들키면 전학가고 싶어하거나 등교를 거부한다. >> 평가에 대해 예민한 성격과 이어지는 내용인 것 같은데, 내 속 모습을 전부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뻘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내가 그랬다.)



선택적 함구증 아이 내면 들여다보기

티비에서 아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나왔다. 아이가 혼자있는 방에 음성장치를 숨겨둔 장난감을 통해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00아 왜 부끄러워 ? : 친구들이랑 처음 만났을 때는 부끄러워서 말을 안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야 너도 말해봐, 왜 말안해?" 같은 말들을 하니까 더욱 부끄럽고 말하기 싫어져. 친구들을 만나도 만나도 부끄러워.

엄마가 밖에서 자꾸 말하라고 하면 어때? : 힘들어. 싫은데 하는거야. 

싫은데 왜 하는거야? : 엄마가 울고 속상한게 싫어서..

너의 소원은 뭐야? : 친구들이랑 말하고싶어..

아이가 "친구들이 너도 말해봐, 왜 말안해?라고 할 때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라고 할때 너무 공감이 갔다. 그 말을 들을때마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계속 하고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내 행동을 개선하고 싶지만 할 수 없어 답답하고 미칠노릇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원을 물으니 친구들과 말하고싶다고 하는게 너무 가슴찡했다. 일곱살 어린아이의 마음이지만, 꼭 내마음과 같았다... 이 장면에서 TV출연자들도 눈물을 글썽였고,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려주는 모습이 나왔다. 그런 장면들을 보는게 너무 위로가 되었다. 이 병은 정말 그 상황이나 내면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속에 빠져있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실제 느끼는 고통은 큰데 사람들은 나의 고통을 잘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고, 스스로도 "고작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내가 나약하다고 생각한적도 많았다. 하지만 티비에서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해주는 장면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그것은 분명 고통스럽고 힘든것이 당연한 일이었구나." "저렇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일이구나." "나는 그런 어려운 상황에 빠졌었구나. 그런 큰 문제에 빠졌었는데도 스스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구나." 



아이의 상황을 주변에 미리 알려두자.

아이 부모가 인터뷰중에 한 말. "우리 아이가 그냥 버릇없는 아이, 어른이 말해도 대꾸도 안하고 항상 지적질 받고 어디서든 혼나고 미운아이가 되어버리는게 마음아프다. 우리 아이는 버릇없는 아이가 아니라 정말 인사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이란걸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

>> 아이엄마가 이 말을 하는데 내가 겪어온 인생을 요약한 말인것 같아 펑펑울었다. 주변사람들에게 아이의 상황을 미리 알려두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나도 어릴 때 어른들이 뭘 물어보면 고개로 끄덕여 대답하고 인사를 하지 않아서 혼났던 적이 많았다. 그게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라 나도 말을 하고 싶은데 입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것이라 매우 속상하였고 그러한 나의 속사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아무도 없었다는게 더 슬프고 힘들었다. 그런 혼나는 경험들이 자꾸 반복적으로 쌓이다보면 스스로를 "부정적인 인간"으로 생각하게 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에게 말하도록 강요하지 말것

너무 공감이 되었던 내용인데, 친구들이나 사람들이 많은 낯선 환경에서 아이에게 "친구한테 가서 말좀 해봐"라고 부추기는 것은 아이를 더욱 큰 불안에 가두는 꼴이 된다. 왜냐면 아이 스스로도 이미 말을 너무 하고싶고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불안으로 인해 말이 안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추긴다고해서 아이에게 없던 용기가 생기진 않는다. 하지 못하는것을 하라고 압박받는 상황에서 스트레스와 고통만 더욱 커질 뿐이다. 



오은영 박사의 해결책

경쾌한 부모가 되어라. 아이가 보는 앞에서 속상한 것을 드러내지마라.

말하기를 강요하면 오히려 반대로 '말안할꺼야!' 라는 마음의 고집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살살 건드려 풀수있게 해줘야한다. (부모가 자신도 친구사귀기 어려웠던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아이에게 공감해주기)

아이가 낯선상황에서 불안해 한다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게 해주어 자기를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치료제를 포함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치료법 동원하라. 불안과 관련된 치료제를 9주이상 먹으면 70%이상 호전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말을 못하거나 안한다는것은 '응급상황'이다. 아이가 말을 못함으로써 미래에 마주하게될 여러 문제적 상황을 미리 예방하자. 불안감은 찢어지는것 같은 고통이다.)

천천히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 이외의 행동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라. 아이가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인사하지 않아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격려하라. "말하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안해도괜찮아. 네가 마음이 편해질때 천천히 해도 된다"라는 것. 


"말하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안해도 괜찮아.
네가 마음이 편해질때 천천히 해도 괜찮아."


오은영 박사가 아이와 처음 만나게된 날, 아이는 매우 몸을 비틀며 수줍어했다.

역시나 아무말도안하고 부끄러워했다. 박사님은 "너도 말하지 않는게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그런거 선생님은 다 알고있으니까 억지로 말안해도돼. 너가 편했으면 좋겠어. 다음에 보자."라고 짧게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와서 엄마가 아이에게 오박사님은 어떤 사람인것같냐고 물으니 "처음에 만날땐 말을 잘 못했는데, 그 선생님이 내 마음을 알아줘서 좋았어.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을까?"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순간 아이가 너무 부러웠다. 자신을 응원해주고, 마음을 알아주는 그 경험을 할 수 있다는게.


그 후 아이는 치료를 통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가 처음 본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웃기도하고, 어린이집에서도 말을 할 수 있어서 재밌다고 스스로 말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며 프로그램은 끝이났다.


+ 약 한달 후 아이가 달라진 모습도 방송에 나왔는데, 180도 달라져서 반에서 제일 활발한 친구가 되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친구들과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들이 정말 신기할 지경.. 이 아이는 원래 소극적인 아이가 아니라 활발한 아이였는데 불안함뒤에 자신의 본래모습이 숨어있었던것. 나도 어릴때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한결 세상살이가 훨씬 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리고 어떤 치료과정을 통해 변화하였는지 좀 더 자세한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프로그램을 보고 새롭게 알게된 점.

-이 증상의 핵심은 '불안'에 있다. 불안을 완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줄이는 것에 포커스를 두어야한다. 

-이 증상은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으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제를 포함한 치료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이때까지 정신과보다는 심리상담을 이용해왔는데, 정신과를 통한 치료제를 사용하는 방법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나는 지금 성인이지만 아직까지 이 불안과 싸우고있다. 무수한 노력들로 정말 말 한마디도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말을 하는것은 어렵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말없는 사람이라 판단한다. 힘들 때마다 심리상담센터를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 스스로 혼자 멘탈을 가다듬으며 해결해왔었다. 친구가 없으니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상담사들도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느껴왔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런 와중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큰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쓴 글도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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