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성공의 한 과정이다.
그렇게 도전해보고 싶었던 해외취업을 6개월 만에 접고 한 달 뒤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원래 예상은 1년을 살아보는 것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회사가 좋은 근무조건이 아니었기에 그만두려던 찰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그에 관한 스토리는 이전 편 참조)
그만두려던 결심은 이미 두 달전에 했었고, 마침 얼리버드 티켓이 나와 세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을 7만 원에 끊어두었다. 누군가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해외취업 실패자로 낙인찍히기 딱 쉽겠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일찍 돌아가는 것이 되었지만, 이것을 실패라 단정 짓기에는 6개월 동안 느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필리핀 이곳저곳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도 많이 다니며 이전에 보지 못한 아름다운 세계를 보았다.
내가 해외에 있는 덕분에 가족, 남자 친구, 친구들이 놀러 와서 모두 저렴한 가격에 해외여행할 수 있었다.
회사에 다닌 덕분에 필리핀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기도 했다.
필리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어디 가서 해보겠는가.
한국돈이 아닌 해외 지폐로 월급을 받아보기도 했다.
엄청나게 비싼 비자연장비용을 아끼기 위해 홍콩배낭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보기도 했고, 현지인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아보는 경험도 했다.
퇴사 후 남은기간동안은 보라카이에서 2주간 먹고 노는 달콤한 휴가를 보낼 것이다.
(아마 일생을 다 합쳐서 꽤나 기억에 남을 황홀한 인생휴가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비행기 타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해외취업을 꿈꾸면서도 해외여행조차 쉽게 결심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 준비가 되지 않아서 기타 등등의 이유들로 [해외여행을 가야겠다]라는 것은 나에게 큰 맘먹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해외에 살다 보니 2~3달에 한 번씩 한국을 다녀오게 되었고, 자주 비행기 티켓을 끊다 보니, 비행기 끊는 일이 큰 맘먹는 일이 아닌, 일상 중 하나의 일이 되면서 해외로 떠난다는 일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아주 별것 아닌 변화인 듯 보이지만 큰 의미 있는 변화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나는 이제, 전보다 더 쉽게 비행기 티켓을 끊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이다.
언제라도 결심을 내리고 해외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목표라는 것은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절대 달성할 수 없다.
이전의 나는 목표를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했지 선뜻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을 함께 해야만 했다. 그 고민들을 생각하다 결국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단 이유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쉽게 행동을 옮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은 것이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게 된 후, 나는 쉽게 해외로 떠날 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세울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살 계획을 세우고,
홍콩, 대만, 발리 등등의 세계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살 때에는 돈을 많이 번 서른, 사십 즈음에나 세계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여건이 되면 그때 해야겠다고 미뤄뒀던 일들을 6개월 내에 당장 실행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비록 해외의 좋은 직장에 좋은 보수를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해외에 살면서 있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들과
큰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주었기에 매우 의미 있었던 7개월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6개월간의 해외취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어떤 누가 "그것은 그저 긍정적인 자기 위로에 불과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