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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Apr 03. 2022

지노 배낭여행기 - 49일의 세계일주 39

넴룻산 유적지(2)

산비탈길을 요리 조리 한참 올라 가니 그 산꼭대기에 어디서 안면많은 친구가 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간말일세. 작년에 보고 지금 보니 딱 일년말일세.  




헤라클레스 장사가 여기에 무슨 볼일로 있지?  헤장사와 악수를 하고 있는 친구가 바로 콤마게네왕국의 번성을 이룬 안티오커스 1세다. 책자에는 여러 가지로 해설을 해 놓았다. 두 친구 악수의 의미가 지상과 천상의 만남이라고 또는 안티오커스1세의 과오 잡는 일종의  AD(광고) 라고. 왕이 그리이스 신화의 신과 악수를 한다는 의미는 그와 대등하다는 권위를 보여 준다는 의미다. 헤장사가 여기에 등장하는 사유는 다음편 넴룻산 정상에 있는 유적지 보여줄 때 자세한 설명이 따른다. 전편과 오늘 편은 제목은 넴룻산 유적이지만  넴룻산에 있는 것들이 아니고 그 주위에 산재해 있는 유적지다.  




헤장사 부조상 조금 밑에는 많이 훼손된 다른 두 부조상이 서 있는데 오른쪽이 안티오커스 1세이고 왼쪽이

부친 미드리다테스 1세다.




형상을 알아 보기 힘든 이 부조상에서 약 10미터 올라 가면 저런 동굴이 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굴이 밑으로 내려 가는 것 같아 훤한 대낮이지만  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에서 전설의 고향을 생각하면 약간 으시시한 감이 없지도 않지만 들어 가 보지 않으면 괜히 돈내고 손해보는 것 같아 발걸음을 떼는데(조금은 내키지 않지만)




구미호가 사는지 확인해 보려고 조금 내려 가 보니 철장으로 막아서 더 갈 수 없다. 갑자기 큰 안도감이 생기는데…… (다행이다. 더 못 가게 되어서).  조금 쪼려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철장 밑으로 보니 그냥 수직으로 내리막인데 안에는 제법 넓고 평평한 공간이 있다. 책자를 봐도 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고 이 굴이 산 위에 있는 다른 굴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만 적혀있다. 간만에 내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비록 그림자이지만.  




위에서 보여준 굴은 저 부조상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 가야하고 저 부조상 오른쪽 밑에 또 다른 굴이 하나 더 있다. 그러니까 동굴 두 개가 부조상을 두고 좌우로 있는데 그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인가 보다.




이번 동굴은 입구부터 저번 동굴보다는 좁다.




조금 들어 가 보니 밑으로 내려 가는데 한 100미터 정도는 될 것 같아 포기했다. 이유는 단지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믿거나 말거나) 이 사진을 지금 보니 몇 년전에 서울에 가서 위내시경할 때 본 내 식도 사진하고 비슷하다. 미국서는 전신 마취로 위 내시경하는데 한국서는 목젖 근처에 SPRAY 마취제 한번 뿌려주고 시커먼 고무호스 집어 넣는데 바로 앞에 TV 스크린이 있어 내 식도 모습이 보이는데 그것하고 똑같다. 지금도 생각난다. 그 의사가 하는말. “자, 조금만 참으세요. 지금 위로 들어 갑니다.”할 때 그 메스꼬움. 다시는 위 내시경 하고 싶지 않더라. 한국서는.  




헤장사 상체부분 확대 촬영




 

헤장사 친구도 확대 촬영.




부조상이 산 정상에 있지 않고 조금 밑에 있어 산정상으로 올라 가다 보니 여기 저기 오래묵은 돌덩이들이 흩어저 있다.




 

돌기둥의 밑둥석같은데 그냥 이리저리 놓여있다.




돌바구에 끼인 검은 곰팡이가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이런 돌바구에 무엇인가를 새겨논 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런 것들이 산 정상에 널려 있다.

돌기둥 밑둥석이 많은걸로 보아 신전같은 제단이 있었던 것 같다.




우물같은데 안을 들여다보니 빗물인지 몰라도 물이 고여있다.




 깨어진 돌바구가 기둥 머리부분 같기도 하다.




옛날 그 당시에도 떡을 찧어 만들어 먹었는지 절구통같이 생긴 돌바구도 있다.




바로 이 산정상에서 내려 다 보면 저 멀리 신성채(YEDI KALE)의 뒷쪽이 보인다. 뒷쪽은 나바론 요새다.

암벽으로 기어 오를 수가 없다.




저 멀리 녹색밭이 있어 보니 저기다 깃발만 하나 꽂으면 PAR 3 하기에는 너무멀고 PAR 5로 만들어 이 산정상에서 DRIVE 한번 때리면 기가 막힐 것 같다.




옛성채가 있는 산정상에서 내려다 본 전경.  




혼자서 정상에서 이리 저리 흩어진 돌바구나 보다가 내려 오니 한군데 더 보여 줄 곳이 있다고 가자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 가는 길.




차를 타고 아까와는 정반대편으로 가는데 한 20분쯤 달리다 보니 이런 암벽산 밑으로 온다. GERGER KALE 라 하는데 역시 콤마게네 왕국의 유적지란다.




일명 비둘기 집이라 하는데 정상으로 올라 가면 저리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정상에는 옛날 집터만 남아 있다는데….  




암벽 군데 군데 조그만 동굴이 있는데 자연 동굴이지 거주한 곳은 아니란다.




정상부분을 200미리로 당겨 찍었는데 밑에서는 정상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정상으로 올라 가는 길도 보이지 않는데 가이드는 완만하게 돌아가는 나사선처럼 둘러서 올라 가기 시작한다.




산중턱에서 내려다 본 전경. 저 밑에 댐을 건설해서 전기가 이런 두메산골까지 공급된다고 한다.

댐 만든지가 얼마되지 않은 모양이다.(200미리로 당겨본 전경)




WIDE ANGLE로 잡아보니 물건너 산들은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이렇게 산과 산이 병풍처럼 늘어 서 있다. 내일 올라 갈 넴룻산은 오른쪽 어디쯤에 있단다.  




여기서 이실직고하는데 가이드따라 중간 쯤 올라 가다 그냥 내가 내려 가자고 했다. 내가 가이드 가자는데 중간에 포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밤에 버스에 시달려 잠 못자고 아침부터 산을 2개나 탔더니 도저히 올라 갈 수 없다. 발바닥이 아프고 카매라매어 어깨는 쑤시고 그래서 여기는 다음에 한번 더 올만한 곳이니까 다음에 올라 가자하고 그냥 내려왔다.




차타고 산에서 내려 오는데 소, 양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 가는 이 마을 본토인. 이방인이 신기한듯 가면서 내내 돌아다 본다.




이 적막한 산 속에는 새 울음소리도 없다. 그저 조용하다. 산너머로 떨어지는 해도 붉은 노을만 남기고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다. 쓸쓸하기보다 이 산속에 들어 앉아 있으니 마음이 참으로 평화스럽다. 혼탁한 사바세계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것처럼. 힘드는 여행을 하면서도 이런 오지에서 이런 나만의 호젓한 시간을 대하니 참으로 즐겁다. 비록 세상의 문명과는 단절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시간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시간에 모두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싶은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는 수도원의 수사처럼 오늘은 내가 이름없는 수사가 되어 경건하고  맑은 마음으로 이 깊은 산 중에서 하루를 접는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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