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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구 Oct 01. 2019

이 집이 내 집일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

쉰다섯, 마당이 생겼습니다 #6

하늘이 높아지던 17년 9월, 엄마는 발품만 팔다 결국 못 만나는 게 아닌가 싶던 '내 집'을 드디어 만났다.


늘 그렇듯 신문 부동산 면을 훑어보던 중, 엄마가 찜해둔 동네의 타운하우스 광고를 본 것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입지며 집 이미지를 제하면 정보랄 것도 없고 여타 광고들과 별다를 것도 없었지만 왠지 감이 좋았다. 지난 십여 년간 무수히 겪은 과정이었고 끝내 모두가 실망으로 끝났는데도 여전히 새 가능성 앞에서 마음은 제멋대로 부풀었다. 그러나 마음을 애써 누르지 않고 맘껏 누리는 게 엄마가 그 긴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던 비결이기도 했다.


떨리는 맘으로 찾아간 분양 사무소는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곳들보다 체계가 있어 보였다. 다른 사무소에선 집 이미지나 도면을 보여주며 상담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가야나 볼 수 있던 단지 모형이 사무실 가운데 크게 자리해 있었다. 모형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상담을 하니 단지의 구성과 각 호가 자리한 지형적 특성 등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상담을 하는 와중에도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상담하러 온 사람들이 계속 사무소를 찾아왔다. 이미 몇 채는 계약까지 마쳤다고 했다.


공사 현장도 다른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과 달리 서울로 나가는 IC 앞 큰길에서 차로 3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자리해 있었다. 그 길마저도 거의 평지나 다름없어 높은 지형에 자리한 타 단지를 볼 때 걱정했던 폭설이나 폭우 문제도 없을 것 같았다. 대신 높은 지대에서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광 같은 것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엄마가 마음에 둔 땅은 향이 좋아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동, 남, 서쪽의 해를 고루 받을 수 있었고, 넓고 네모 반듯한 마당 자리가 있었다. 개인 주차장도 집 지하에 바로 딸려있어 주차 걱정도 없었다. 집 근처 IC 건너편에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크게 들어올 예정이라 각종 생활 기반 시설이나 광역버스 같은 교통이 정비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지구 개발 규모가 작지 않으니 어쩌면 지하철 같은 빅 호재도 살포시 기대해 볼만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지금까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최고의 자금 구조였다. 일반적으로는 분양을 받으면 1) 계약금  2) 공사기간 중 n번의 중도금  3) 입주 시 최종 잔금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곳은 계약금만 내고 입주까지 중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소규모 공사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많아 계약금이며 중도금까지 날리는 일이 허다한 타운하우스 시장에서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었다. 시행사가 자금력이 있어 중도금에 관련 이자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다만 분양가가 다소 높은 편이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고려해봤을 때 높은 가격에도 부동산 자체로 투자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사실 전원주택, 타운하우스를 꿈꾸며 부동산 투자가치까지 노리는 건 욕심이라 생각했었는데 이곳은 달랐다. 추후 매매를 고려해도 교통이 좋고 근처에 학교도 있어 수요가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환금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만하면, 해야 된다. 그래 여기다. 싶었다.


바로 그 주 주말 엄마는 아빠와 함께 현장을 재차 둘러보고 계약을 결심했다. 무려 15년 여정의 마무리, 그리고 집 짓기란 새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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