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일하는 환경을 바꿔보고 싶어 오게 된 제주는
생각보다 따분하고 무료했다.
타지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서 적응을 해나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한 달의 시간 동안 나는 좋은 곳에 있으면서도 좋은 지를 잘 못 느끼면서 지냈다.
제주 휴양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함덕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나의 숙소.
두 달의 여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숙소가 있었음에도
내 머릿속에는 고민과 걱정이 한가득 했다.
제주에 올 당시, 여름 두 달만을 보낼 것을 생각하고 제주로 내려왔지만,
조금 더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던 나는
본업을 제주에서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고 싶었다.
시작에 앞서 손에 잡히는 일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현실이 너무 막연해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하여
잠이 오지도 않았던 적도 있었고, 한숨이 나온 적도 있었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을 택할 것인가 vs 익숙하고 안정된 환경으로 돌아갈 것인가.
고민들의 연속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제주라이프를 위한 2가지를 노력했다.
첫 번째로는 걱정과 불안으로 현재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리에게 소중한 시간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기에
흘러가는 현재를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채우지 않도록
나쁜 감정들과 안 좋은 생각들을 흘려보내도록 연습했다.
더불어 신이 주신 아름답고 황홀한 자연을 눈앞에 두고
걱정이 소중한 이 모든 것들을 앗아가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두 번째로는 슬로우라이프에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제주에서 산다는 것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속도의 변화 또한 필요했다.
바쁜 도시에서 시간에 쫓기고 무언가를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며 살아가다가
자연과 함께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흘러가는 제주에 오니
잠시 시동을 끄고 브레이크를 걸어야만 했다.
같은 한국 땅임에도 , 제주의 속도는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와는 무척 비교되었다.
버스의 오랜 배차시간을 기다리는 것부터
바다 위에서 저물어가는 석양의 시간들 까지.
자연과 함께 ’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달아가며
제주라이프에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적응해 나갔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멈춰가는 법을 배워간다.
그렇게 한 달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