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의 제주부터 올해 겨울의 제주까지.
그 짧게 느껴진 시간들이 어느덧 반년이라는 기간을 채웠다.
제주에 첫 정착을 해가며 적응하는 시기와 일을 찾아가는 시기동안 극심한 혼란과 방황의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지금은 지극히 안정되고 고요한 순간을 맞이하며 지내고 있다.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안정과 고요를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 내 삶의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해 나가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육지에 있을 때부터 나는 블로그 체험단을 했었다.
다양한 블로그 체험단 사이트를 들어가며 신청하고 선정되는 상황이 무수히 반복된다.
흥미로워 보이는 체험단 업체들이 많이 보이면, 맛집부터 뷰티 분야 그리고 숙박에 이르기까지 마치 내가 선정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신청하게 된다. 어쩌면 자기 전 조금은 공허했던 마음을 신청버튼을 누르며 채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선정이 되면 , 체험단 업체에 방문하기 전 언제 몇 시에 방문할지 사전연락을 드리고 수락을 받으면 방문을 하러 간다.
나는 주로 맛집을 많이 했는데 음식점에 가서 제공내역을 받고 음식을 먹으며 그에 대한 사진을 열심히 정성 다해 찍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 리뷰기간 내에 포스팅을 작성해서 리뷰를 등록한다.
그러니까 “체험단 업체까지 가는 소요시간 + 체험하며 사진 찍는 시간 + 사진 편집 후 포스팅 쓰는 시간 ”
이렇게 총 세 가지가 걸쳐서 하나의 포스팅이 완료된다.
외식은 어쨌든 가족이랑 먹든 남자친구랑 먹든 친구랑 먹든 일상 속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혔으니
어차피 나갈 비용 아낄 수 있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체험단을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한 시간이라는 가치가 체험단에 쓰이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공내역이 고가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나의 한 시간은 2만 원이라는 비용과 바꿔야 했다.
이동시간으로부터 나의 체력을 지치게 하고 흥미를 증폭시켜 나를 정신없게 만드는 체험단의 활동에서 그렇다 할만한 가치를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속 지속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가치절하의 행동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체험단에 에너지 쓸 시간에 조금 더 나를 돌보고 내가 더 하고 싶은 것에 시간과 체력과 마음을 쓸걸..
늘 밀린 포스팅에 허우적거렸고, 자기 전 책을 읽고 싶어도 포스팅으로 나의 시간을 가득 채워야만 했다.
본업을 제외한 남은 시간에서 시간관리를 잘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관리를 넘어서 체험단은 더 이상 나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영역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나에게 현재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오롯이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책이건 글을 쓰건 요가를 하건. 나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었지, 흥미롭고 자극적인 다양한 맛집들이 아니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내가 조금 더 벌어서 나에게 맛있는 것 먹어주면 되지.
내가 조금 더 아껴서 나에게 행복도를 높여주는 자유를 택하면 되지.
나에게 중요한 것들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구분하여,
오직 필요한 것들로만 나의 하루를 채워가는 지금의 안정과 고요가 좋다.
불필요한 에너지들과 불필요한 것들을 제할 연습이 나에겐 너무나 필요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