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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블 Apr 29. 2021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할 수 있는 일


보통 새벽에 일어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뭐해요?"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아침에 하는 일은 그때그때 다른데 주로 '해야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설거지나 청소 같은 집안일은 퇴근 이후, 혹은 주말로 미뤄둔다. 한참 자고 있는 누군가의 잠을 깨울 수 있고, 무엇보다 하기가 싫다....


밀린 회사 일도 새벽에 할 일은 아니다. 하루살이 같은 생활을 하다보니 일의 성과와는 별개로 매일 아침 새로운 일이 생겨나고 저녁이 되면 마무리가 된다. 아주 가끔 다음날까지 일이 연장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내 대원칙은 '일은 근무시간에'이다. 무엇보다 이것도 하기가 싫다.


이 때문에 아침에는 보통 내가 좋아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책은 한 번에 잔뜩 사놓고 단숨에 읽는 걸 좋아하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두세시간씩 일주일 동안 5권, 10권을 읽고 나면 한동안 책 생각은 안 난다. 책은 침대 머리맡에, 소파 팔걸이에, 책꽂이에 쌓아두고 그때그때 편한 곳에서 읽곤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보려는 마음에 책을 들고 집을 나설 때가 있는데 대부분 책을 꺼내지도 못하거나 한두페이지 읽고는 그대로 갖고 온다. 덜컹거리는 소리, 핸드폰 진동, 여기저기서 대화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곧 눈과 뇌가 따로 움직이는 걸 느낀다. 요즘에는 짐이 많다는 이유로 이마저 노력도 안한다.


자기 전에도 남은 부분을 후루룩 읽어 넘기고 싶은데 이상하게 책만 펴면 평소보다 더 일찍 졸린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그렇다. 책은 만고불변 수면제다.


넷플릭스로 보는 영화는 주로 핸드폰으로 보는 편이다. 침대에 누워 다리에 베개를 하나 끼워놓고 핸드폰을 모로 세워 보면 이만큼 편하고 좋은 게 없다. 무섭거나 지겨운 부분은 간간히 넘겨가면서.


봐도봐도 좋은 영화나 조금 더 집중해서 보고 싶은 영화는 TV를 통해 본다. 간접등을 켜고 암막커튼을 친 뒤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 팝콘 대신 커피를 마시면 한 편은 금방 끝나고 어느새 해가 떠있다.


최근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모두 보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야금야금 보고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까지 모두 섭렵하려는데 러닝타임이 2~3시간을 훌쩍 넘다보니 엄두가 안 나서 아직 시작을 못했다.


부모님댁에 갖다드릴 음식도 주로 아침에 만든다. 새벽 일찍 일어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찌개나 반찬을 만들다보면 한두시간은 금방 간다. 음식을 반찬통에 곱게 담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면 보통 5시30분~6시다. 출근길과 겹치기 싫어 부랴부랴 준비하고 이때 엄마네로 출발하는 편인데 준비가 늦었거나 오전에 처리해야 할 회사일이 있으면 냉장고에 고이 쌓아두고 주말에 들리곤 한다.


알찬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아주 가끔씩은 공부도 한다. 회사와 연관된 일이나 상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주로 자격증 공부를 한다. 


조용한 시간에 노트에 사각거리는 펜으로 정리하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당장 필요하거나 미래에 쓸모 있는 자격증보다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공부하고 싶었던 걸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다.


몇 년 전에는 한국사자격증과 금융자격증을 공부했고 작년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마무리 지었다. 직업 특성상 저녁 약속이 많은 편이라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만 공부가 가능했다. 보통 3시에 일어나 3시간 정도 공부한 뒤 출근 준비를 했고, 시험 직전에는 1, 2시에도 일어나 6시까지 공부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새벽에 목표한 공부량을 끝내려고 한 데는 오후엔 아무리 시간을 활용하려고 하더라도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이 바빠도 오후 늦게부터는 여유가 있는 편인데 이상하게 오후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이 시간엔 보통 내일 일할 부분을 정리하거나, 친구들과 의미 없는(하지만 재미있는) 대화를 했다. 정리와 대화를 모두 끝내고 드디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문제집을 집에 두고 왔거나 갑자기 회사에서 나를 찾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저녁약속 시간이 되서 누구보다 빠르게 퇴근 준비를 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끔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방식을 찾아보곤 했는데 직장인들이 공부를 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시간 확보'라고 했다. 이 시험을 보통 하루에 4시간씩, 1년을 공부하면 붙는다고 하던데 대부분은 시험의 난이도를 떠나 시간 확보조차 어려워했다. 


반면에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 덕분에 늘 아침 3시간 이상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고, 가장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했다. 사실상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은 무거운 내 엉덩이와 아침잠이 없는 습관 덕분이랄까.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공원을 뛰는 일이다. 집 바로 앞에 공원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준비하고 나가면 되지만 쉽지 않다. 추운날은 추워서, 더운날은 더워서 머뭇거려진다. 날씨가 좋은 날 어쩌다 한두번 나가보면 일찌감치 나와서 공원을 뛰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일단 한시간 정도 걷고 들어오면 땀도 나고 기분이 좋은건 맞지만 마음을 먹고 준비해서 나가기가 정말 힘들다.


대신 집순이라는 핑계로 집에 있는 사이클을 탄다. 일주일에 세번, 50분~1시간 정도는 타려고 한다. 운동강도가 그리 세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느새 땀이 나 있다. 가끔은 유튜브를 보면서 홈트도 한다. 폼롤러로 스트레칭을 해주면 잠자있던 근육이 깨어나는 기분이 드는데 이것도 마음먹기까지가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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