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블 May 16. 2021

아침형 인간의 과거는? 아침형 학생이지 뭐


지금의 습관이 하루 아침에 생긴 건 당연히 아니다. 우리집은 웬만해선 온 식구가 해뜨기 전에 일어났고, 해가 지면 침대로 들어갔다. 30년 넘게 살면서 이런 습관이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때는 유독 고생을 했다.


해야 할 공부는 많고 마음은 조급한데 눈꺼풀은 눈치 없이 자꾸 내려왔다. 1학년 때만 하더라도 여간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닌데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니 밤늦게 공부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게 됐다. 그간의 생활패턴을 무시하고 밤 12시, 1시까지 책상에 앉아있으면 공부가 되지도 않고 제대로 자지도 못하니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양질의 수면시간을 지키되 깨어있는 시간을 알차게 쓰기로 했다. 덕분에 수업시간에 조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혹시라도 피곤한 날에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쪽잠을 자는 걸로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웠다. 밤에 따로 공부할 시간 없이 자다보니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업시간에 집중을 해서인지 내신은 곧잘 나왔다. 성적이 잘 나오다보니 엄마, 아빠도 큰 말씀 없이 내가 알아서 공부하도록 했다.


아무리 그래도 시험기간에는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숨 자고 난 다음이었다. 새벽 3시 정도에 알람을 맞춰놓고는 집에 오자마자 세수만 하고 잠을 잤다. 평소에 남들보다 많이 잔다고는 해도 잠이 부족한 시기다보니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3시에 일어나서는 6시~6시30분 정도까지 서너시간 바짝 공부를 했다. 캄캄한 밤, 조용한 방안에 책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내가 공부를 한답시고 부스럭거리면 힘든 건 나보다 엄마다. 닫힌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나오면 엄마는 내가 일어난 걸 알고 조용히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혹시라도 어두운 밤 딸이 무서울까, 필요한 것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그리곤 어느새 나도 책을 들고 나와 식탁에서 같이 공부를 했다.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나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때였다.


고등학교 시절, 불안과 초조함에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소 4시간 이상은 자자는 게 내 나름의 철칙이었다. 다년간의 수험생활을 겪어보니 잠을 자지 않으면 하루 생활 자체가 망가졌다. 가끔씩은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오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원은 언감생심이었다. 학원비나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밤 10시30분 야간자율학습까지 마치고 11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은 들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학원은 고3 때 주말을 활용해 논술학원을 다닌 게 전부였다.


그래도 평소엔 6시간 이상 자서인지 아침에는 벌떡벌떡 잘 일어났다. 아침 준비를 하는 부엌의 칼질 소리만 들리면 알람이 따로 울리지 않아도 눈이 떠졌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학교에 가서도 아침 시간을 꽤 잘 활용했다. 고3때는 등교 시간이 오전 7시30분이었는데 겨우겨우 학교에 도착한 친구들과 달리 나는 꽤 쌩쌩했다. 8시20분까지 자율학습시간에 대부분은 자기 바빴지만 나는 등굣길 문 앞의 신문을 한 부 들고 나와 공들여 차근차근 읽었다. 재미없는 정치나 외교 문제는 건너뛰기도 하고 신문에서 연재하는 소설부터 읽는 날도 있었지만 어쨌든 1년 동안은 꾸준히 신문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덕분에 논술에 큰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대입에 성공했다고 믿고 있다.

이전 02화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할 수 있는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