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블 Apr 28. 2021

(미라클 모닝은 모르겠고) 아침형 인간입니다

오늘 새벽에 먹은 아침 메뉴. 커피는 기본으로 깔리고 빵 혹은  샐러드를 먹는다.


아침형 인간 [ ─形人間 ]

이른 아침에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 아침시간을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




나는 보통 새벽 4~5시면 하루를 시작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3시에도 일어난다. 특별히 알람을 맞추거나 일정이 있는 게 아니어도 그때가 되면 몸을 일으키려 노력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새벽 늦게 겨우 자는 이들은 깜짝 놀라서 묻는다. "도대체 왜요?", "그때 일어나면 뭘 하시는데요?"


보통 무슨 일을 하려고 일어나는 건 아니다. 할 일이 있어 일찍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눈이 떠진다. 그리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 한다.


매일 아침 4시30분이 되면 저 멀리서 쓰레기차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보다 더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 덕분에 오늘도 별 탈 없이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정말이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을 내린다. 네스프레소를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금세 만들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미리 내려놓은 콜드브루에 얼음을 잔뜩 넣어 잠을 깨기도 한다. 따뜻한 카모마일이나 잉글리시블랙퍼스트 같은 허브차를 가볍게 우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침은 간단하게 준비한다. 토스트에 샐러드, 혹은 어제 미리 만들어둔 닭죽. 가끔은 먹고 남은 순두부찌개.


아침을 먹으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기도 하지만 주로 천천히, 꼭꼭 씹어 식사에 집중한다. 어제 있었던 일이나 오늘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하고.


정리가 끝나면 이젠 정말 씻고 출근이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출근길엔 보통 조간신문을 본다.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종이신문을 직접 들고 나와 읽었는데 이젠 종이신문이 오히려 민폐가 된 세상이니까.


재미있는 기사는 제목부터 부제, 기자 이름까지 꼼꼼히 보고, 어렵거나 관심 없는 건 대충 넘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 3곳의 신문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한개도 다 못 읽고 도착한다.


내가 이런 생활 패턴을 잡은 것은 출근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만 남겨둔 채 겨우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가는 것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금보다 1~2시간은 더 누워있던 것 같은데 눈도 못 뜬 채 준비했고, 지하철에 타자마자 또다시 눈을 붙였다. 자리가 없으면 서서 조는 일도 허다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누구보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뿌듯함보다는 지칠 대로 지친 내 몸뚱이만 남았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정작 나를 위한 시간 없이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순간순간을 모면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날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내가 뭘 하든, 그 시간이 남들이 보기엔 그냥 흘러가는 쓸모없는 시간이라도 하더라도 온전히 내 생각과 정신이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언제 다시 겨우 눈을 뜨고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 나로 돌아갈지는 모른다. 그래도 일단은, 지금은 이 생활이 좋다. 글을 쓸 수 있는 이런 시간도 있으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