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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블 May 07. 2021

낮저밤이 vs 낮이밤저


보통 커플이 어느 시간대에 주도권을 갖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낮저밤이', '낮이밤저'라는 이야기를 한다. 낮엔 데이트를 이끌고 밤에 뺏기면 '낮이밤저', 그 반대면 '낮저밤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연애는 모르겠고 일하는 스타일은 확실히 '낮이밤저'다. 아침에 대부분의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느긋하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내일 할 일을 정리하는 편이다. 오히려 저녁까지 일을 질질 끌고 가다보면 만족할 만한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근시간은 오전 8시지만 보통 10~20분 정도 일찍 회사에 도착해 일할 준비를 마친다. 출근하자마자 옷 벗을 틈도 없이 서두르면서 일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아침에 부랴부랴 일을 시작하다 보면 나만의 패턴이 망가져 퇴근 시간까지 허둥대면서 하루를 보낸다.


회사에 업무 집중시간이 따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나만의 패턴은 있다. 8시부터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지만, 이때는 주로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회의에 필요한 부분을 채운다. 9시부터 부장 회의가 있기 때문에 이 때 한숨 돌릴 틈이 생긴다. 선후배와, 혹은 혼자 간단하게 커피를 마신다. 회의가 끝나는 9시30분쯤부터 점심시간까지는 자료를 체크하거나 다른 업체에 전화로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면서 일에만 집중한다.


점심을 먹고 온 뒤에는 오전에 거의 완성해놓은 일을 마무리한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다른 부서와 연락해 필요한 부분을 추가로 전달한다. 오후 2시에 2차 회의가 있기 때문에 일단 3시까지는 일을 마무리하며 자리를 지키는 편이다.


이후에는 거의 자유시간(이지만 결국은 일의 연장선)이다. 내일 할 일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오전에 요청한 미팅도 주로 이 시간대로 미룬다. 오전부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정작 일을 마무리해야 할 오후에 시간에 쫓겨 일을 제대로 끝내기 힘든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체사람들을 충실하게 만날 수도 없다. 아침은 서로에게 바쁜 시간이라 그들도 나도 회사 연락을 이어가다보면 결국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 기분이 들게 된다.


오후에 일을 집중적으로 하는 게 나쁘단 건 아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들은 오전에 출근이 힘들어 겨우 회사에 나오더라도 신체리듬이 일어나지 못해 10시는 넘어야 본격적인 일이 가능하다. 그런 이들은 아침 일찍은 충전시간으로 활용하고 점심 후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아침 일찍 활동을 하면서 이들보다 일찍 신체리듬이 깨어난 것뿐이다.


시간 압박을 받으면 일이 더 잘된다는 사람도 있다. 아침 시간을 나만의 정리시간으로 만들고 오후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 짧은 시간으로 일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활용 시간대만 다를 뿐 결국은 나와 같은 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에는 부족한 시간으로 일을 하면 어쨌든 결과물은 완성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볼품없는 하루를 보낸 기분이다.


대신 시작이 빠르다보니 그만큼 퇴근시간에도 예민하다. 업무가 다 끝났는데 굳이 야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다 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다고 능률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스스로 무력해지는 걸 느낀다.


가끔 당직 같은 이유로 저녁 늦게까지 일하게 되면 나는 저녁시간을 시점으로 나만의 시간 쪼개기에 들어간다. 저녁식사를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그때부터 다시 업무 집중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럼 저녁을 먹고 온 7시까지 휴식시간을 보내고 그때부터 2시간 정도는 바짝 일에 몰두한다. 뒷시간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일한다.


누군가는 야근이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예술가들 같이 창작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밤에 일이 더 잘된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결국 본인의 스타일대로 일을 하면서 완성도만 높이면 된다고 본다. 나같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는 사람도 있고, 오후에 능률이 더 높아지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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