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작년 여름휴가는 물론이고 명절이나 긴 연휴에도 거의 집만 지켰다.
그렇다보니 작년 1월에 제주도 여행 계획을 미룬 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됐다. 이렇게 오래 여행이 힘들어질 줄 몰랐다.
1년 넘게 집에만 있으려니 집순이인 나도 슬슬 답답한 마음이 든다. 더이상 블로그나 유튜브만으로는 탈출욕망이 채워지지 않는다. 마인드 컨트롤도 실패했다.
이럴 땐 가끔 새벽 일찍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도착지는 미리 가고 싶은 곳을 정해놓기도 하고, 일단 달음박질치기도 한다. 대부분 즉흥적이다.
오늘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인천으로 향했다. 엄마네 집 말고, 영종도로. 집과 회사 외에 다른 곳을 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질주해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이제 막 해가 뜨려는 듯 지평선 저 멀리서 붉은색이 올라온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나 혼자다. 카페나 마트도 없다. 고요하다.
에잇, 커피라도 한 잔 들고 올걸. 조금 아쉽지만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바닷가라 그런지 옷을 꽤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춥다. 역시 커피 한 잔이 아쉽다.
그래도 평일에 회사와 정반대 방향으로 꽤 먼 거리를 달려오면서 내 행동을 살짝 의심했는데 역시 오길 잘한 것 같다. 머릿속에 가득 찼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저 바닷물과 함께 밀려나간 기분이다.
자, 바다를 보고 리프레시했으니 이제 회사를 가야지. 핸드폰 시계가 이제 막 8시를 가리키고 있다.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