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블 May 14. 2021

명상, 나를 이해하는 시간


어쩌다 보니 요 근래 나만의 아침시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건 여전하지만 회사 일에 치이고 개인적인 고민에 빠지게 되면서 고요함 속에 잡생각이 가득해진다. 이 생각은 풍선처럼 커져서 하루의 대부분을 달뜬 모습으로 지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생각은 정확한 해답 없이 내 마음만 갉아먹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다보니 어느새 이상이 감지됐다. 크게 앓는 건 없었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병원에서는 원론적인 상담만 해준다. "스트레스를 줄이세요. 만병의 근원입니다.“


푸념이나 하자 싶어 지인을 만난 김에 고민을 털어놓으니 인생 선배가 일어나자마자 명상하는 것을 추천했다. 마음 속 그릇을 비우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꽤 효과를 봤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잡생각을 잊으려면 명상을 하라고? 그땐 무슨 생각을 하면 되는데?"


"잡생각을 버리려는데 무슨 생각을 해.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명상에 좋은 몇 가지 노래를 추천해주면서 하루 10분만이라도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보라고 일렀다. 언제 해도 상관은 없지만 주변이 조용하고 시간이 여유 있는 아침이 특히 좋다는 말과 함께.


내가 또 아침엔 충분히 시간이 있지. 가만히 있는 게 전부라면 어려울 것도 없잖아?


하지만 첫날부터 고난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에 10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저 멀리서부터 잡생각이 몰려온다.


명상이 끝나면 이제 씻고 출근 준비를 해야지.. 회사에 가면 뭘 해야 되더라.. 할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아아..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거랬지?.. 아 점심은 목살이 숭덩숭덩 들어간 김치찌개가 좋겠다.. 아아.. 생각하지마.. 아무 생각하지마.. 이제 10분 지났나... 아직 7분 남았네...


끝없이 생각이 몰려든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명상을 시작한 건데 쉽지 않다. 차라리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 싶다.


오늘 뭐 입고 출근하지... 춥댔나... 아,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


일주일만이라도 제대로 명상을 해보라는 지인의 말에 나중에 생색이나 내자 싶어 날짜만 꾸역꾸역 채웠다.


매일 아침 거실로 나와 편안한 자세로 앉고 잔잔한 음악을 튼다. 하루종일 몸처럼 붙어있는 핸드폰은 잠시 미뤄둔다. 명상에는 복식호흡이 좋다고 하는데 아직 서투니 일단 내 몸에 공기가 들어갔다가 나가는 걸 천천히 느껴본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면 된다.


좋은 명상법을 찾아보며 꽤 노력을 했더니 마지막날에는 의외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 생겼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점점 느려지는 심장 박동소리, 저 멀리서 간간히 들리는 차 소리, 그리고 고요함 속 잔잔한 음악소리.


단 5분이라도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고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는 걸 느끼자 명상을 꾸준히 해야겠다 싶었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는 물론 휴식을 취할 때도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들고 있다보니 우리의 뇌는 계속 움직인다고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기억을 저장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과부하가 걸려도 할 말이 없다.


뇌가 쉴 틈 없이 활동하면서 우리는 간헐적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갑자기 뇌가 정지된 듯 멍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럴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면 명상을 위한 10분은 꼭 필요하다. 짧지만 효과적인 10분으로 뇌가 쉬어가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요즘에도 명상은 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쓸 데 없는 생각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생각이 한 번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생각이 밀려온다. 하루 이틀의 내공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닌 듯하다. 우선은 명상에 집중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눈에 띄는 효과?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확실한 건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가 덜어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일단 스트레스가 잠시라도 사라지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확실했다.


늘 루틴대로 살아가는 직장인이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는 건 역시 쉽지 않다. 지각이라도 안 하면 다행인 하루하루인데. 하지만 아침에 다른 걸 하지 못하더라도 명상만큼은 추천해주고 싶다. 나와 같은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하루의 활력을 얻고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전 12화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