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일본 대표 작가가 갖는 스토리의 힘은 대단하다. 50편이 넘는 작품을 써냈음에도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은 늘 새로운 마니아층을 만들어낸다. 그의 신작은 장르와 시리즈에 상관없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된다.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은 이미 드라마, 영화로도 유명해진 작품. 무시무시한 추리소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쉽게 책을 덮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다고 히가시고 게이고를 단순 추리소설 작가로 선을 그을 순 없다. 같은 추리소설이라도 살인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뒤 범인을 찾는 내용에 그치지 않고 학교(<방과 후>), 설산(<눈보라 체이스>) 등 낯선 배경에 주인공을 내몰고 변주를 선보인다.
때로는 그 안에 판타지(<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와 과학적 요소(<미등록자>, <라플라스의 마녀>)가 가미되기도 한다. 인간의 본질(<악의>) 혹은 평범한 사랑이야기(<연애의 행방>)를 건드릴 때도 있다.
팬의 입장에서는 다작이 감사할 따름이지만 나름의 고충은 있다. 작품의 출간일, 혹은 시리즈별로 분류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20권 이상 읽다 보니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을 분류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가가형사 시리즈는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버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식상한 소재를 전복시키는 능력과 간결한 문체 덕분이다. 1년에 몇 권씩 출간하는 부지런함도 그의 책을 기다리는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