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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Oct 05. 2019

우리 사이, 연탄처럼

윤지영 - 언젠가 너와 나 (Feat. 카더가든)

윤지영 - 언젠가 너와 나 (Feat. 카더가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빛바랜 연탄 상회가 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깨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상회 앞자락에는 검게 칠해져 버린 연탄 자국 있는데, 언젠가 이 상회의 글씨마저 바래지는 날에는 이 자국들이 이곳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을까.


예전 할머니 댁에서도 연탄을 뗐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구공탄을 마지막으로 봤던 때가 아마 그쯤 아닐까. 추운 겨울날, 우리가 오는 날이면 할머니는  뜨끈한 바닥을 데우기 위해 탄을 집어넣으곤 밤잠을 새우셨다.구멍 사이로 전해지는 화력에 연탄은 빠르게 타들어간다. 조금 시간이 흐르거든 연탄을 살짝 돌려놓고 구멍과 구멍 사이를 엇갈리게 만든다. 덕분에 뜨끈한 잔열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져갔다.


언젠가 우리에게 권태기가 왔었다. 서로를 챙겨주던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고 소홀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나름 연인이라고, 서로를 향했던 배려는 부담이 되어 상처를 안겨주었던 적도 있었다. 양보와 배려, 인내와 희생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속앓이를 했던 우리였다. 어쩌면 너와 나는 서로 그릇에 담아낼 수 없던 존재였나.


뜨거웠던 만큼 빨리 사그라들었다. 그때 만약 서로를 이해했더라면, 우리의 연탄을 조금만 돌려놓았더라면, 더 오래가지 않았을까. 거움은 따뜻함이 되어버렸던 때를 왜 우리는 그저 식었다고만 생각했을까.


불을 붙이는 건 쉬웠으나 끝없이 유지하는 건 어려웠다. 알량한 내 마음으로 모든 걸 내놓기는 더더욱 어려웠고. 문득 가을이 다가오며 네가 남겨둔 무언가가 그리워진다. 오래 기억될 무언가를 남긴 너만큼 나 또한 너에게 오래 기억될 무언가를 남기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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