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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ia Mar 28. 2024

20240327_낙조가 아름다운 보문사


      문득 석양이 보고 싶어졌다. 지는 해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강화군에 위치한 석모도가 딱이었다. 석모도는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1.2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마음이 식기 전에 얼른 차가 있는 동생을 호출해 떠나기로 한다.

      석모도 가는길,  첫 목적지는 낙가산 아래 보문사였다. 입구 앞 매표소에서 입장료 2,000원을 결재한 뒤 들어갔다.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부처나 보살이 도를 얻는 곳)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강화도로 내려와 창건했다. 대략 1500년 역사와 세월을 함께 보문사의 곧게 뻗은 멋진 소나무들이 반겨줬다.

      일주문을 지나면 경사가 꽤 가파른 길이 나온다. 노약자 분들을 배려 해 버스도 운행되고 있었다. 오르는데 숨은 가쁘지만, 멀리 보이는 바다 갯벌 풍경이 펼쳐있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몇 발자국만 가면 400년 넘은 은행나무가 보이는데, 수백 년간 눈과 비, 바람을 이겨내며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가 경의롭게 느껴졌다.  

     높이 2m 와불이 있는 와불전도 볼만한 곳이다. 천연동굴을 이용한 석실의 경우, 조선 순조 12년(1812년)에 다시 고쳐 지은 석굴사원이다.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입구에 무지개 모양을 한 문 3개를 만들어, 그 안에 불상을 모시고 있다. 여기 있는 석불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한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걸린 돌덩이를 꿈에 나타난 대로 모셔 두었더니 큰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을 이용했다는 게 놀라웠다.

     사찰에 다다르면 눈에 띄는 곳이 있는데, 바로 낙가산 중턱 암벽에 있는 ‘마애석불좌상’이다. 이 좌상은 높이 920cm, 너비 330cm로, 앞에 선 사람이 저절로 우러러보게 만든다. 좌상 앞에서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없다고 하니, 거대한 좌상에 합장을 하고 소원을 빌었다. 종교와는 상관없이 소망하는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

    석모도는 아담한 규모의 섬이지만,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석모도에 또 하나 유명한 것이 미네랄 온천이다. 성인 기준 9,000원을 내면 누구나 석양을 감상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혹사했을 내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보문사에서 바다를 끼고 바라보는 석양도 일품이지만,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보는 석양은 하루의 피로를 녹여버리기에 충분했다.  

    겨울이라선지 여행의 목적인 석양을 일찍 볼 수 있었다. 오후 5시 반이 지나자, 하늘은 금세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따끈한 물에 몸 담그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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