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인간은 교류하고 그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한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가령, 잘 지내다가 문득 절교를 선언하는 친구라던가, 친해지고 싶다고 다가와선 실컷 도움을 받고는 뒤에선 나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던가. 이런 몇몇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나니 더 뒷걸음질 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상처를 받는데, 마음을 치유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누군가는 인맥이 재산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소중한 몇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 후자에 더 무게를 실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처를 덜 받으려고, 관계에 대해 소극적이게 변해 갔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 몇몇만 만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점점 인간관계가 협소해져 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문득 궁금해진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온라인상으로 친구를 만들거나,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빠른 속도로 친구를 만든다. 이 속에서 진정 속마음을 솔직히 얘기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한동안 ‘자발적 은둔생활’을 하다, 사회생활이라는 걸 오랜만에 해 보려 지인을 만났다. 늘 먼저 연락해 주고, 요즘 힘들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으면, ‘ 네가 언제는 안 힘든 적이 있었냐’ 며 핵폭을 날리며, 밥과 술을 사준다. 그럴 때면 ’역시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좋다.‘ 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새로운 만남들에 긴장하는 것과는 달리, 마음도 한결 편안함을 느낀다.
(*밥과 술을 사줘서 제목이 고마운 사람인건 절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