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을 참을 수 있다면
인터넷을 해지한 것도 3개월쯤 전 일이다.
물보다 중요한 필수재라고 생각했던 인터넷을 끊은 것이다. 위약금이 20여만원에 달했는데도 기어이 해지했다. 약간.. 미니멀리즘에 정신이 팔려 미친 짓을 했다.
이사오기 전 살았던 원룸은 좁았다. 평소 좁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어 그럭저럭 깔끔한 그 집에 만족하고 살았는데, 집주인이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이 툭하면 고장나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암튼, 그정도로 인터넷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인터넷을 해지한 것은 스마트폰 요금제 중 데이터안심옵션이란 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은 데이터안심옵션(통신사 마다 이름이 조금 다르다. 알뜰폰은 해당 옵션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에 추가로 가입 가능하다.
내 기본 데이터를 다 쓰면 인터넷 기사 정도 겨우 읽을 정도로 느린 속도지만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옵션요금제다.
나는 영상과 사진 자료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주로 글만 읽는다. 뉴스기사, 블로그 글, 페이스북 등이다. 이런 라이트한 이용자라면 옵션요금제를 추천한다. 집에서도 노트북으로 땡겨 쓸 수 있다. 유선연결로 데스크탑 이용도 가능하다.
야간근무, 주말 당직근무 등에 걸리면 업무 때 인터넷이 필요한데 이 때도 별 문제는 없었다. 사진, 동영상 등이 아닌 텍스트 위주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영 안터지면 집앞 24시간 피시방에 가면 된다. 12시간 선불로 끊으면 몇달이고 쓴다. 만백년 전 충전했던 이용시간을 최근 거의 다 썼다. 이용요금은 환상적으로 저렴하다.
주말마다 영화 등을 다운받아보는데 이때도 피시방을 이용하면 된다. USB에 다운받아와서 데스크탑에 꽂으면 바로 즐길 수 있다. 요즘은 아예 영화관에 가서 보는 편이다. 비용은 훨씬 어마무시하지만 감동은 비교할 게 못된다. 그정도 문화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 전자책을 구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디오 어플 정도는 잘 돌아간다. 실시간으로 클래식이나 가요 정도는 충분히 끊김없이 들을 수 있다. 노래만 감상할 목적이라면 최소화질로 유투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자동재생은 사랑이다 캬캬.
필요한 앱이 있으면 와이파이존을 이용해도 되고, 그냥 인내심을 가지고 받아도 된다. 게임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냥 라이트한 앱은 3분 정도면 깔았던 것 같다.
은행 앱도 인내심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앱을 주로 사용하는데 별 문제 없이 조회, 이체 정도는 가능하다. 복잡한 서비스는 그냥 인터넷뱅킹이나 ATM을 이용하면 된다.
스마트폰 앱도 쓰지않는 것은 버리면 좋다. 괜시리 업데이트하면서 배터리 닳을 필요도 없고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쇼핑 앱은 싹다 버렸다. 필요한 것은 되도록 시장이나 마트에서 산다. 없는 물건은 웹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