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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16. 2022

겨울은 00의 계절?

 '양평, 전원의 삶'을 콘셉트로 정하고 시작한 브런치인지라, 농번기 겨울철이 되니 브런치의 글도 가뭄에  콩 나듯 쓰고 있다. 아니, 아니, 이래서는 안 돼! 처음 시작할 땐 1일 1글이 목표였건만 한없이 게을러지는 나를 꾸짖으며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일단 나는 '겨울'이 싫다. 추위를 많이 타는 데다 큰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거의 못해 다리에 바람이 들었다. (일명 산후풍..) 발과 다리에 아이스를 매달고 있는 듯 냉기가 침습한다. 털양말을 신고 책상 아래 미니 히터를 틀어서 보온을 해보려 해도 뼛속까지 시린 이 추위를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동면을 취하는 곰처럼 칩거에 빠질 때가 많다. 이불속에 쏙 들어가 옆으로 쭈그린 채 누워 책을 보는 것이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무슨 소리! 가을에는 여기저기 단풍 구경, 못다 한 꽃구경에 바빠지지만 겨울이야말로 농번기가 아니던가! 게다가 전문 농사꾼도 아니니 겨울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그러니 이런저런 이유로 겨울에는 책을 많이 읽게 된다. 때로는 1일 1책을 목표로 했고, 그 목표를 달성한 적도 있다. 올 겨울에는 오랜동안 마무리를 못 했던 공부를 마쳐야 하기에 논문, 책과 씨름하며 글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짬짬이 1일 1책까지는 아니어도 쉬는 시간, 잠들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있다.



 1월 동안 읽은 책들이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는 n번방 사건을 처음 조사하고 세상에 밝힌 두 명의 저자가 쓴 책으로, 분노하며,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사랑에도 동의가 필요해>는 교수와 청년들의 유쾌한 성심리학 수업 내용인지라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우리 때도 이런 수업이 있었으면! 하며 읽었다. <여자도 군대가라는 말>은 성평등 담론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여군의 복잡미묘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여군의 문제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인 어린이들과 그 매력을 발견해내는 저자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만드는 책이었고, <인간섬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죽더라도 방치되는 난민들의 고통을 다룬 책으로서 숨겨진 난민의 실상을 자세히 할 수 있었다. 역시 장 지글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는 기후와 관련된 지구의 변화상을 방대하게 설명하며,  (전문가란 이런 것이다!) 기후 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아동학대, 아동 입양, 미등록이주아동 등 다양한 아동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아직도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는 마지막 식민지는 아동이다'라는 말을 통감하며 읽었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는 구체적인, 다양한 사례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나의 비거니즘 만화>는 유연한 사고로 비건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되어 포근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었다. 




 오늘 문호리로 나가는 길에 보니 꽤 큰 개울 위에서 아빠들과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있었다. 개울이 얼어 천연 썰매장이 된 것이다. 아이들을 꼬셔서 나와 놀고 싶었지만 돈으로 꼬셔도 움직이지 않는 나이들이 되신지라...부러워하며 눈을 거두었다.


 그러니 겨울에 할 일은 그저 공부와 독서뿐이구나.


 

겨울은 독서의 계절


첫 전원주택의 벽난로


 벽난로 앞에서 고구마 까먹으며 흔들의자에 앉아 책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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