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지면서 마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난다.
게으른 농부에, 수시로 때를 놓쳐 후회를 하던 시절은 탈피하고
이제는 조금 더 부지런해 보리라 결심하며 올봄에는 서둘러 새 식구들을 들였다.
(방금 클레마티스, 에키네시아, 호스타와 두릅, 옥수수, 취나물, 돌단풍, 꽃잔디를 온라인 주문했다.
가족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식물이 늘어날 때마다 마당에 나가면 눈이 즐겁고,
올라오는 새싹을 보며 언제 자라나, 열매가 열릴까, 꽃은 언제 피려나 생각하는 재미에
마음은 더 부자가 된다.
20대에 종종 갔던 인사동 '사과나무'라는 식당 입구에는 정말로 사과나무가 심겨 있었다. 아늑한 분위기에 창틀 밖으로 보이는 식물과 사과나무가 예뻐서 사과나무에 로망이 있었는데 미니사과나무가 가족이 되었다. 빈 가지였을 때 심었는데 몇 주만에 싹이 올라왔다.
문호리에 복숭아나무가 많이 심긴 집을 지나갈 때 주렁주렁 매달린 복숭아를 보며 감탄을 했더랬다. 말랑이를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복(딱딱한 복숭아)을 선호하는 아이들 취향을 고려해 딱복 한 그루를 심고,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는 미스김 라일락 두 그루를 심었다. 미스김 라일락은 일반 라일락보다 크기가 작다. 5월이면 라일락 향기에 취해 몽환적인 즐거움에 빠졌는데 언제쯤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으려나.
(사과나무, 복숭아나무는 우선 활착을 잘하고 몸을 키울 수 있도록 안쪽 가지를 잘랐는데,
올해 올라오는 꽃도 대부분 따야 한단다.)
붉은 튤립과 노란 튤립, 안개꽃도 심었다. 돌단풍은 생명력이 강하고 바위틈에서도 잘 살아 바위 사이사이에 심었다. (곧 배송될 돌단풍도 바위틈에 식재할 생각이다.)
집 뒤 언덕은 올해 정돈을 많이 하려고 계획 중인데, 우선 단감나무 한 그루와 체리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체리나무는 자가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최소 두 그루 이상을 심어야 하지만 최근에는 한 그루만으로 수정이 되는 종이 생겨서 한 그루만 들였다. 마당 한 켠은 샤인머스켓 한 그루에게 내주었으나 아직은 빈약한 모습이다. (요즘 샤인머스켓이 인기라 10만 원 정도 하는 대형 사이즈는 모두 품절이었다. 대신 귀엽고 작은 아이가 우리집에 들어왔다. 식물의 성장은 또한 놀라운지라 점차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
서재 앞 화단에는 메리골드, 인디언국화, 끈끈이대나물, 개미취, 비누풀 씨앗을 심었는데 매일 싹이 올라오나 구경을 나가고 있다. 몇 군데에서는 싹이 올라오고 있다.
텃밭에서는 또 다른 친구들이 자라고 있다. 상추, 치커리, 쌈채소, 비트, 부추, 감자, 겨울을 보낸 대파와 양파가 있고, 이제 곧 오이, 고추, 가지 등도 심을 예정이다.
부추는 뿌리만 있으면 매년 올라오고 부추꽃에서 떨어진 씨앗이 퍼져 번식이 잘 된다. 그래서 비닐을 걷어내고 작년에 심은 부추에 이어 추가로 부추를 더 심었다. 부추무침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비트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잎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6개를 사다 심었다.
김치냉장고에는 작년에 사다 놓고 안 먹은 감자가 있었는데 싹이 많이 올라와서 새로 사지 않고 이 감자들을 땅에 심었다. 싹이 난 부분만 있으면 여러 조각으로 잘라 심어도 되는데, 어차피 텃밭이 조그마해서 하나를 통째로 심기도 하고, 반으로 잘라 심기도 했다. 감자는 싹이 올라오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식구가 많이 늘었다.
하나하나 예쁘고 소중해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전원에서는 이게 부자이지 싶다.
작년에 이사 와서 심은 설중매에 꽃이 달렸다.
한 송이 향기가 정말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