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1년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이런 해소법을 인터넷에서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냥 뇌피셜로 스트레스 가득 쌓인 저조차 당장 블로그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휴가 복귀를 하고, 생일을 맞이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생일 때는 카카오톡 선물만 40개 이상을 받고 축하인사는 하늘의 별보다 많았습니다.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사는 걸까요 저는.
특히 후임에게는 고가의 상품권들과 한우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최근에 시작한 요리 취미와 접목시켜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이렇게나 많이 받는 저는 복에 겨운 사람이죠. 제가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제가 인생을 잘 살았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생일 이후로 군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말년휴가 1달이 남았지만, 그에 반해 부서의 압박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윽박지르는 것을 듣는 것은 기본이요, 제 몸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습니다. 같은 부서 병사들이 제 안색이 너무 노래져 걱정할 정도였죠. 그래서 2일 전, 내과에 가서 수면장애, 소화장애, 안색 변화 등 사정을 토로했습니다. 의사는 몇 가지를 묻더니 단언했습니다.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복합증세입니다. 답은 전역밖에 없어요. "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설마 스트레스 때문에 매 끼니마다 알약을 6개나 삼켜야 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디에 토로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군대를 친구들 중 가장 일찍 와서, 친구들은 전부 상병, 일병, 이병의 생활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통화로 제 고충을 토로하면 돌아올 대답은 똑같습니다.
"야, 넌 그래도 병장이잖아. 1달, 2달만 버티면 되잖아. "
지극히 옳은 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병장이 돼서 제 스트레스가 몇 배는 심각해졌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여유가 없으니, 제 말은 상대방에게 닿지 않습니다.
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난 1주간 악기도 불어보고, 독서도 해보고, 운동도 해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창작도 해보려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습니다.
결국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일에 집중도 하지 못했죠.
겨우 오늘, 주말이 되어서야 제 몸의 긴장이라는 옷을 벗고, 바람을 친구 삼아 책을 읽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600p의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있는데, 주인공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제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 한 문장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원인 제거만이 해결책이다.
어중간한 취미로는 정작 진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아무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이번주 휴가 복귀를 하며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저뿐만 아니라 후임들의 스트레스가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나마 병장이라 부서의 분위기에 몇 번 대항할 수 있지만, 일병 후임들은 그저 억울한 일이 있어도 발언권조차 얻지 못해 우울감에 시달립니다. 저는 그 사람들에게 퇴근 후 박카스 하나 쥐어주며, 오늘도 고생했다는 말밖에 못 해줍니다. 저도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선임으로서 해야 할 행동밖에 못해주는 것이죠.
말년휴가가 1달 남았으나, 그 시간은 남극처럼 멀리만 느껴집니다. 언제 이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이 복잡한 심경을 글로 정리해 봅니다. 어서 지옥 같은 부대에서 탈출해서 창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