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쟁이라는 애칭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인관계가 되었다 해도 처음에는 이름을 부르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둘 사이가 점점 더 깊어지면 이름 외의 다른 호칭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기야, 애기야, 여보, 귀요미 등등.
추억이 쌓이다보면 이따금씩 남들은 들어도 못알아듣는 둘만의 이야기가 생기는데, 그 속에서 조금은 독특하고 생소한 애칭이 생기기도 한다. 내 남자친구는 나를 여러가지 애칭으로 부르는데, '야''너'부터 시작해서 '자기야''내시키''귤쟁이' 등등.
여기서 생소한 애칭이 하나 보인다. 귤쟁이.
귤쟁이는 정말 별거 아닌 스토리다. 그런데 우리에겐 2년을 함께한 소중한 애칭이 되었다. 그 시작은 돗자리였다.
우리는 여름이면 돗자리를 펴놓고 공원에 자주 드러누워 있는데, 하루는 내가 과일을 챙겨왔다. 깎아먹는 과일, 까먹는 과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일을 까주는 일은 즐거운 일이므로 나는 그에게 과일을 깎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과일 중 한 놈이 그의 짧은 과거 기억을 불러냈다.
꼬꼬마 시절 할머니가 까주는 귤이 맛있어 그렇게 좋아했다고. 귤의 하얀 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주황색으로만 남겨진 귤은 정말 달고 맛있다. 그는 그래서 할머니처럼 귤을 맛있게 까주는 여자랑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정성스레 귤을 까주었으니... 나는 귤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그가 나에게 준 선물.
그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 이름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이 토끼의 이름을 귤쟁이로 정했다. 그는 이 인형을 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날부로 나도 이 인형도 귤쟁이가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하다 못해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사랑이 추가되어 우리에게는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과일을 까먹다 생겨난 귤쟁이라는 애칭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