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사람 만나고 싶냐는 질문이 무척 잦아요. 왜 애인 안 만드냐는 좀 더 직접적인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허허 그러게요 애인 그거 뭘로 만들면 된답니까 재료 좀 구해다 줘요 만들어보게. 나 심혈을 기울일 자신 있어.
애정 어린 질문이라 기분 나쁘진 않아요. 강아지 마냥 사람 좋아하고 꺄르르 거리며 잘도 웃는 84년생 여자애가 산 꼭대기에 혼자 산다니 신경이 쓰이시는 게죠. 사실 재밌어요. 같은 질문에 반복해서 대답하다 보니 점점 깊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나름의 답을 얻었는지 요즘은 딱 한 가지면 된다고 합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이요"
응.
쪼그매서 화나면 앙칼진 나랑 잘 싸워줄 수 있는 사람이요.
암만 좋아해도 싸움은 피할 수 없어요. 나는 우리가 싸울 때 이기길 바라지 않아요 그렇다고 참지도 않을 거예요. 사실 참을 수 없으니까 싸우는 거죠. 당신이 무조건 내게 져주며 손들어주길 바라지도 않아요. 나는 우리의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싸움을 하고 싶어요. 싸워서 응어리와 상처를 남기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포용하는 영역을 더 크게 만드는 싸움을 하고 싶어요.
지난 연애를 되돌아봤는데, 헤어졌던 결정적인 이유가 기억이 안 나요. 뭐가 싫긴 싫었어요. 못 견딜 만큼. 처음엔 그냥 한 개 두 개.... 그런데 그게 자꾸 좋은 것들을 덮어버리니까... 나만 자꾸 힘들고 지치고 싫고.... 그러다가 그 날이 오더라고요. "못하겠다". 결국 지나면 이렇게 기억도 못 하는데 그런 작은 것들 때문에 헤어졌고, 헤어져왔던 거죠. 그래서... 히히 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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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글은 몇달전에 써둔거고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잘 지내고 있다는 대반전....
이따위 결말....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