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Dec 05. 2023

독일 세입자 지옥: 보증금 미반환 소송, 곰팡이와 소음


전 집주인이 보증금 못돌려주겠다고 이사 나온지 9개월만에 연락이 와서 결국 소송 들어갔다. 



이 집에 처음 이사 들어왔을 때부터 오래된 집이라 상당히 품질에 문제가 많았는데, 결국 집주인이 보증금 못주겠다고 한 이유가 이 집 자체의 문제(곰팡이, 구린 화장실 등)라 어이가 없는 동시에 애초에 이런 집을 고르지 말았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건의 전말은 너무나 길지만 불구하고 나눠서 올려본다. 독일에서 집 구하시는 분들, 특히 나같은 외국인 분들 조심하시라고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이 집독일에서 altbau 절대 살지 말라고 주변에 늘 말하는 이유는 내 자신이 상대적으로 싼 Miete 때문에 altbau들어갔다가 피봤기 때문이다. 



오래된 집 단점 나열해본다. 




1. 에너지 효율 제로 -> 난방비 엄청 나오고 곰팡이 달고 살게 됨 


일단 오래된 집들은 벽이 정말 얇고 창문 단열이 안되서 에너지 효율이 A-G중 F,G인 경우가 많다.  이 말인 즉슨, Heizung은 하루종일 틀어서 기름값은 많이 나오는데 찬바람 들어와서 춥게 지내야한다는 말이다. 바닥난방이 안되니 히터로 공기를 데우는 시스템인데, 창문이 알루미늄으로 되어있어서 찬공기가 계속 유입된다. 

싼 월세때문에 많은 단점을 감수하고 이사했는데, 결국 난방비 폭탄을 맞거나 추위를 덜덜 떨며 견디게 되는 셈.


단열 안되서 집도 춥고 난방효율도 떨어지는데, 여기 더 최악인게 곰팡이다. 


한국에서 바닥난방 익숙한 우리들은 곰팡이라면 그런게 왜 생겨? 지하도 아니고- 하겠지만, 여긴 지상 몇층이든 이런 단열 문제로 창문틈으로 찬바람이 유입되다 보니, 추운 겨울에도 수시로 환기를 하지않으면(정말 수시, 하루에도 여러번 필수) 바로 곰팡이가 생기고, 창문, 창틀이 검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내경우 하루 4 번이상 환기해도 계속 곰팡이 생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애가 신생아인데 이 추운 겨울에 어찌 환기를 계속하니? 


환기 미친듯이 해서 데워놓은 공기 다 내보내니 또 히터 틀어야되서 난방비는 더 올라감 ^^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곰팡이 생겨요, 집주인 아저씨 해결해주세요-하면 Handwerker가 한 2주 있다 방문하는데,(그 사이 곰팡이는 더 심해졌겠죠?) 와서 한다는 말이,

오래된 집이라 어쩔 수 없어요.환기 많이 하세요~

하고 곰팡이 대충 물티슈로 슥슥 닦고 페인트 위에 칠하고 집에 간다.


여기서 내 인내심이 폭발해서 애먼 신랑을 잡음..


..왜 날 독일 데려왔냐고-





2. 층간 소음? 아니죠 벽간 소음 더 심하죠~  소음 엄청남.프라이버시 없음.


벽이 얼마나 얇으면 옆집 아저씨 기침하는 소리, 샤워하는 소리, 밥 먹고 떠드는 소리 다.들.림.


그래도 참고 살았는데 어느날 임신중 새벽 2시에 화장실 갔다가 옆집에 미친놈이 우리집 초인종을 미친듯이 여러번 누름. 뭔 말인고 하니, 너가 새벽 2시에 화장실 가서 물내리는 바람에 내가 잠에서 깼잖아!! 하면서 물내리지말고 샤워도 밤에 하지말라고 개소리 시전하고 감...

아내 임신중이라고 남편이 조용히 하라고, 새벽 2시에 남의 집에 와서 웬 행패냐, 왜 내집에서 화장실도 못가냐 했는데 계속 자기 잠 못잔단 소리를 해서 경찰부른다고 하고 내보냄... 이 일 이후로 옆집의 행패는 그 집에 사는 2년간 쭉 계속되었는데, 그건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구조적으로 건물 자체가 낡았다보니 소음으로 인한 이런 이웃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 많이들 겪고 있다. 






3. 끝없는 레노베이션, 공사로 인한 소음공해, 생활의 질 저하


집 건물 자체가 오래되다보니, 당연히 노후되고, 집주인들은 세입자가 바뀔때마다 세를 올려받기 위해 이런저런 레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 인테리어 공사가 한국이면 몇달 안에 끝나겠지만, 모.든.것.이 끝없이 오래걸리는 독일에서는 뻥 안치고 1년도 공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내가 겪은 바로는 집 레노베이션 공사가 6개월 이상 소요되었다. 


이 말인 즉슨, 한 집에서 공사를 시작한다. 6개월 동안 아침 7시부터 드릴소리, 공사소리에 시달린다. 근처에 먼지가 자욱하고 엘레베이터로 시멘트를 날라서 엘레베이터 안이 매우 더럽다. 

이런 경험을 6개월 하고 이제야 공사가 끝났구나, 이제 살만하겠네, 하면 다시 다른 집이 레노베이션을 시작한다....

이거 몇번 겪고 나니까 아이 낮잠 재우는 신생아 집에서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특히 우리집 옆에 화장실 새벽에 간다고 **했던 놈은 자기 집 공사할때 일.부.러. 아침 7시에 공사 시작하고, 점심시간에 벽 뚫었다. 우리집에 애가 있는 걸 알면서...





4. 화장실이 우리나라 50년대 푸세식 수준


1950년대에 지은 독일 집중에 이런 화장실 구조가 많다고 하는데, 화장실은 변기와 손바닥만한 세면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고, 욕조겸 샤워실은 분리되어있는 형태이다.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창문도 없고 세상 답답한 감옥에 있는 기분이고, 요즘 깔끔한 변기가 아니고 진짜 예~~엣날 푸세식 같이 생긴 세게 앉으면 망가질 것 같은 변기다. 

변기 높이도 낮아서 앉다가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것 같던 것도 여러번이고, 변기가 얼마나 오래썼는지 변기 바닥에 사람들이 소변을 본 세월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웅덩이가 파여있다. 변기가 낙숫물마냥 내부가 파였단 얘기다.



너무 불편해서 집주인에게 심지어 공사비 일부를 부담하겠으니 변기만 좀 바꾸자고 했는데도 묵묵부답...

걍 우리 나가서 세 올려받고 싶었겠지-






일단 이 4가지가 altbau에서 정말, 정말 힘들었던 부분이고 그 외에도 이 집 자체의 구조적인 엄청난 문제가 있었다. 




5. 히터에서 아침마다 망치로 때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아이가 자는 방에서 언제부터인가 히터에서 망치로 때리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다다다다다다닥- 하며 빠른 속도로 나기 시작했다. 누가 빠르게 드럼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

근데 한 방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화장실, 부엌에서도 같이 난다. 그러니 온 집안에 히터 둥둥거리는 소리로 하울링이 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이유를 알아보니 이 오래된 집 건물 전체의 히터가 새벽이면 자동으로 꺼진다. 우리가 히터를 켜놔도 자동으로 중앙에서 꺼버린다.

밤새 차가워진 공기가 가득찬 히터 올라오는 가스관에, 아침 7시쯤되면 다시 전체 건물 히터가 켜지면서 그 압력으로 탁탁탁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몇번의 Handwerker 방문이 있었지만 결론은 벽을 뚫고 건물 전체 보수공사를 하지 않는 한 막을 수 없다는 해괴한 답변.


덕분에 아침 7시마다 히터가 켜질때 맞춰 알람 세팅해두고 아이를 이 방에서 저방으로 옮기는 수고를 거의 1년 반을 해야했다. 








진짜 나열하니 더 어이없고 어떻게 이런 집에서 2년 넘게 살았나 싶은데, 지금 보증금 못주겠다는 집주인이 집에 곰팡이가 있고 화장실이 지저분해서란다...내가 여러번 말한거잖아, 니가 구매한 집이 원래 그렇다고-


어느정도 괜찮은 물건을 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내가 이해라도 하겠는데, 이 집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쓰레기같은 집을 주고 상태가 어쩌고..하는게 진짜...


가관인건 그래서 본인이 집 청소비로 2000유로 가량  써서 너네 보증금은 못 돌려줘- 라고 했다는 것. 

청소비 영수증에 청소 : 2200유로 - 이렇게 써있는데 진짜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 소송 진행 들어갔다. 

이후에 오간 이메일에서 집주인 인성 드러나더라. 돈 앞에 사람 진짜 얼굴 나온다더니 이번에 참 큰 경험한다. 


내가 한국도 아니고 외국나와서 이런 큰 사건을 겪을 줄은 몰랐는데, 이로 인해 깨달은 점들도 많아 앞으로 하나씩 공유하려고 한다.


우선 특히 한국인 분들은 집구하실때 에너지 효율 등급 꼭 보시고, 반드시 건물 지은 연도 보시고, 웬만해선 neubau로 하시는게 당장은 월세가 비싼것 같아서 살면서의 만족도 및 뒤탈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Kunstpalast Düsseldorf 재개관 방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