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높다고 수익률이 높지 않은 이유

투자 인문학

by 안상현

1. 공부하면 다 될 줄 알았다

학위가 3개인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공부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오만함이다. 나는 주식도 반도체 공학이나 심리학처럼 파고들면 금세 답이 나올 줄 알았다. 차트를 분석하고,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거시 경제 리포트를 읽었다. 머릿속은 이미 워런 버핏이었고, 내 분석은 빈틈이 없어 보였다.


2. 뇌과학이 가르쳐준 투자의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전공한 뇌과학은 '인간의 뇌는 투자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의 뇌는 원시 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공포'에 민감하고 '무리'를 따르도록 설계되었다. 지능이 아무리 높아도 전두엽의 이성이 편도체의 공포를 이길 수 없었다. 하락장에서 내 뇌는 "당장 도망쳐!"라고 비명을 질렀고, 분석했던 데이터들은 그 비명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3. 지식은 '안다'이고, 투자는 '산다'이다

주식 시장에는 소위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시장의 변동성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왜일까? 투자는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기질'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배운 하락장 대응법을 100가지를 알아도 소용없다. 실제로 내 계좌가 파랗게 질렸을 때, 그 고통을 견디며 원칙을 지키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훈련의 결과다.


4. 엉덩이로 하는 공부, 기록으로 하는 투자

결국 투자는 엉덩이로 하는 공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려한 분석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오래 머무는 인내심이었고, 남들보다 앞선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탐욕과 공포를 다스리는 힘이었다. 나는 이제 머리로만 하는 분석을 줄이기로 했다. 대신 매일 내 심리 상태를 기록하며 '마인드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투자는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다듬어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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