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만 이해하는 '똑똑한 겁쟁이'들을 멀리하라

투자 인문학

by 안상현

1. 책상머리 학자, 실전의 문을 두드리다

코로나19로 모든 수입이 끊기고 나서야 나는 주식 계좌를 열었다. 반도체, 심리상담, 평화학까지 무려 3개의 학위를 따내며 평생을 책상머리에서 보낸 내가 처음으로 '자본주의의 야생'에 맨몸으로 뛰어든 순간이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한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분석'이다. 나는 평소 논문을 쓰듯 경제 기사를 스크랩하고, 거시 경제 지표를 분석하며 완벽한 투자 타이밍을 찾으려 애썼다.


2. 똑똑한 비관론자들의 함정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 앞을 가로막는 무리가 있었다. 바로 유독 똑똑해 보이는 '비관론자'들이었다. 그들은 늘 뉴스 채널과 유튜브, 심지어 내 주변의 지인들 사이에도 존재했다. 내가 주식을 사보려 하면 그들은 온갖 데이터와 화려한 경제 용어를 들이밀며 그것이 왜 위험한지, 왜 지금 당장 현금을 쥐고 관망해야 하는지 설파했다.


"지금 금리가 너무 높아.", "역사적 통계로 볼 때 곧 폭락장이 와.", "누구누구도 그거 하다가 전재산 날렸대."

그들의 말은 논리 정연했고 지식은 방대했으며 분석은 예리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들에게는 결정적인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바로 '실행'이었다.


3. 지식으로 포장된 두려움

그들은 '똑똑한 겁쟁이'였다. 행동하지 않기 위한, 혹은 책임지지 않기 위한 핑계를 지식으로 포장할 뿐이었다. 뼈아픈 사실은, 나 역시 오랫동안 그 '똑똑한 겁쟁이'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 앞에서는 늘 학위와 지식 뒤로 숨어 비판만 일삼았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신중함'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이다.


4. 흙탕물에 기꺼이 발을 담그는 용기

투자의 세계는 연구실이 아니다. 백 번의 시뮬레이션보다 한 번의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겪는 심장의 떨림이 진짜 투자 공부다. 똑똑한 겁쟁이들은 폭락장을 예측하며 자신의 지적 우월감을 뽐낼지 모르지만, 결국 부를 거머쥐는 사람은 불확실성의 흙탕물 속으로 기꺼이 발을 담그고 깨지며 배우는 '우직한 실천가'들이다.


나는 내 안의 똑똑한 겁쟁이와 결별하기로 했다. 완벽한 분석을 기다리는 대신, 작지만 확실한 첫 매수를 시작했다. 바로 삼성전자 2주 매수!(부끄럽게도 당시 내 그릇이 이랬다) 세상을 머리로만 이해하려던 오만을 버리는 것, 그것이 내 진짜 투자의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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