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인문학
“공부해서 남 주냐?”
어린 시절 어른들께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이 말은, 반평생을 학생으로 살아온 나에게 일종의 신앙과도 같았다. 반도체 공학 석사를 마칠 때만 해도 나는 기술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 믿었고, 상담 심리 석사를 하며 인간의 내면이 우주보다 깊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평화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비로소 세상의 갈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벽면에는 세 개의 학위증이 나란히 걸렸다. 하지만 정작 내 통장은 빈약했다. 지식은 쌓여갔지만, 자산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어느 날 거울 속 마흔 후반의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돈 들여 공부해서, 도대체 돈은 왜 못 벌었을까?”
1. 지식인이라는 이름의 오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안에는 '지식인'이라는 이름의 비겁한 오만이 있었다. 자본을 논하는 것을 세속적이라 치부했고, 주식 시장을 도박판이라 폄하했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자부심이 오히려 세상의 가장 역동적인 엔진인 '자본의 흐름'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이 가져온 거대한 시장의 격변은 내 오만을 산산조각 냈다. 세상은 내가 책에서 배운 논리대로만 흐르지 않았고, 자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2. 2020년, 책장을 덮고 시장으로 뛰어들다
마흔 후반에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이 "그 나이에 웬 주식이냐"라고 물을 때, 나는 오히려 이 공부가 내 인생의 마지막 퍼즐 조각임을 직감했다. 놀라운 것은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반도체 전공은 나에게 기업의 '기술적 해자'를 꿰뚫는 눈을 주었다. 심리상담 공부는 폭락장에서도 '나의 두려움'과 대화하며 원칙을 지키게 했다. 평화학적 성찰은 탐욕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균형을 잡는 '마인드'의 토대가 되었다. 그동안 헛되이 보낸 줄 알았던 수십 년의 공부가 '투자'라는 캔버스 위에서 비로소 하나의 입체적인 그림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3. 결과적으로 돈을 벌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꽤 벌었다. 하지만 내가 얻은 더 큰 수익은 계좌의 숫자가 아니다. 지식이 자본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글을 쓰며 내 철학을 정립해 나가는 평화로운 삶이다. 주식은 내게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내가 배운 모든 학문을 증명해 내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늙어가는 인생을 깊어지게 만드는 최고의 도구다.
4. 이제 나의 '격자 모델'을 공유하려 한다
이 브런치북은 단순히 "어떤 종목을 사라"는 투자서가 아니다. 3개의 학위를 따며 길러온 '관찰'의 힘과 2,500편의 글을 쓰며 다듬은 '성찰'의 기록이다. 왜 공부하는 투자자가 결국 승리하는지, 왜 2026년의 국장이 우리에게 새로운 도화선이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욕심과 두려움을 컨트롤하며 마음 편한 투자를 할 수 있는지.
나의 30일간의 연재가 당신의 공부와 당신의 통장이 만나는 접점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정직하게 쌓아온 그 모든 지식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부의 원칙으로 연결할 '마인드'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