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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Oct 22. 2024

나의 망한 소개팅 이야기

코로나가 지나니 남자를 안 만나는 핑계도 없어졌다.

서른이 넘은 딸이 one and only 걱정거리인 엄마는 주변인들을 통해 3명의 선자리를 잡아왔다.

(제목엔 소개팅이라고 썼지만 사실 선이다.)




첫 번째 선자리.

주선자 통해서 카페에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들어왔다. 선자리는 보통의 소개팅과 다르게 번호를 알려주긴 하지만 직접 연락하진 않는다. 이후 호불호의 이야기도 주선자에게 함. 소개팅 대비 주선자의 역할이 큰듯하다.


여하튼 그분은 나와 띠동갑이었다. 돈이 많았다. 가업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지방에 땅도 엄청 크게 가지고 있었다. 결혼하게 되면 어디 골프 치러 다니며 탱자탱자 놀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분은 딱 하나를 물어봤다. "효녀세요?"

나는 대답했다. "네, 효녀죠." 띠동갑 아저씨랑 만나는 선 자리도 군말 않고 나오는 걸 보면^^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 그는 주선자를 통해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거절했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두 번째 선자리.

정확한 나이차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5살 정도였던 것 같다. 나쁘지 않은 나이차이였다. 똑똑한 사람이었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 있었다고 했다. 결혼할 여자를 찾으려고 한국에 들어왔다고도 했다. 잠깐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사는 나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다만 제대로 여성을 만나본 적이 없다는 주선자의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정말 숫기가 없었다. 대화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고, 표정이 점점 지루해졌다.


그래도 한번 더 밥을 먹었다. 본인과 또 만나주다니! 너무 착한 여자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 또 만나고 싶다고 했다. 거절했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세 번째 선자리.

이번에는 10살 가까이 차이 나는 분이었다. 이 사람도 똑똑한 사람이었고 누구나 알만한.. 똑똑한 사람들이 일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사람이(성격이)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유머도 있었다. 애프터도 승낙했다.


소개팅이든 선이든 보통 3번의 만남이 진행되면 그 이후를 결정하곤 한다. 계속 만날지 말지.. 관심이 없는 사람과 계속 만나는 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으니까. (요즘은 그래서 한 번 만나고 결정되기도 하지.. 빠른 세상)


여하튼 세 번째 만나고 돌아온 날, 계속 만나볼지 말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들어왔다.

[ 아가씨, 나 ㅇㅇㅇ 어미 되는 사람입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


기절초풍.

바로 그만 만나자는 문자를 썼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모두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물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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