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온: 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을온예술 Jul 02. 2018

7:3을 꿈꾸는 작가, 이아현

Artist ON

 소식지 <온:On>의 ‘아티스트 온’은 현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합원들을 만날 기회가 되어서 참 기쁘네요. 두 번째 만나 볼 조합원은 작가 이아현 님입니다.



Q: 반가워요. 아현 쌤. 날씨가 꽤 더워졌네요. 시원한 플레어스커트에 밀짚모자가 참 잘 맞는 날씨예요. 패셔니스타 같아요.      


A: 저도 반가워요. 쌤. 그런데, 저는 정말 부러운 사람이 옷 잘 입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웃음)      


Q: 왠지, 오늘 인터뷰가 성공적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을 곁들인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시작해 볼게요.

  사실 저는 저를 ‘무엇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그것은 어쩌면 작업의 정체성이 무르익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어쩌면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방법들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저의 색 때문이기도 할 것 같아요. 또 어쩌면 이런 작업에 대해 특정하게 지칭하는 단어가 아직 생기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요. 마치 ‘웹툰 작가’라는 것이 웹툰이 생기고 대중화되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고, 남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던 것처럼 말 이예요.
 
  그래서 요즘은 ‘그림을 곁들인 글을 쓰는 작가’라는, 조금은 제가 추구하는 방향에 가까운 말로 저를 소개하고 있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요. 그 그림과 글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해서 책의 형태 안에 담아내고 싶어요. 꼭 만화책도 아니고, 꼭 그림책도 아닌….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되, 책이란 틀 안에서 자유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하나씩 담아내고 싶어요.
 
  현재는 콘텐츠들을 기록, 준비해가고 있고 올해 적어도 꼭 한권은 세상에 내놓으려는 계획이예요. 오래된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 삶의 이야기와 그 기록에 관심이 있어서 그것들이 주제가 될 것 같아요. 그 밖에도 다양한 것들에 호기심이 많아서 책을 내야할 주제는 너무나 다양해요. 어쩌면 저는 관심 없는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Q: 관심은 사물에 국한 된 건가요? 저한테도 관심을 좀 가져주시면……. (앗, 죄송합니다. 하하)

    ‘그림을 곁들인 글을 쓰는 작가’ 라고 하셨는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A: 그냥 자연스럽게 계속 무언가 생각을 기록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경험한 것들, 생각한 것들, 저의 시선을 통해 수집된 것들을 블로그에 글로 정리해나가는 것들이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방식이 된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기를 적었고,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썼어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오롯이 저를 위해 자유롭게 끼적였는데, 놀랍게도 좋아해주는 사람 몇몇이 생겼어요. ‘자전거 전국여행’을 하면서 올린 여행기의 경우에는 그 글들을 보고 연락을 취한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출간 되었어요. 그 후 잡지에 정기 기고도 하게 되었고, 그게 ‘작가’라면 작가로서의 첫 출발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점차 글에 그림을 더해 생각을 기록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참을 잊고 있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것이 몇 년 전 쯤이예요. 그림을 더하면 생각과 느낌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양하게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세상에 다양한 일들이 있지만, 무언가를 기록해나가고 표현해 나가는 일이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가 되기로 했어요. 그림과 글로 생각을 담는 작가!     


Q: 글에 그림을 더할 수 있다니, 너무 부럽네요. 저도 개인출판으로 책을 낸 경험이 있는  멋진 삽화를 넣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참, 쌤의 자전거 여행기를 살짝 찾아 봤는데 그냥 자전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좋을 곳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마치 친구를 사귀듯이 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찾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다양하게 작업을 시도하고 계신데, 작업을 좀 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일상에서의 소소한 관찰, 경험, 느낌, 생각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에서 하나 둘 주워 담아 기록하고 있어요. 몇 작품 보여 드릴게요. 혹시, 제 작품이 궁금하시면 코코의 그림노트 <cocolikesun.com>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일기, '시간은 너무 빨라'

눈 깜짝 할 사이에
시간이 간다
 
흑흑-
못 쫓아가겠어-



그림일기 '예술이란 것'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완전히 몰입하는 열정,
(그) 삶 자체일 뿐!



Q: 정말 멋진 작품이 많네요. 꼭 더 찾아 봐야겠어요. 그런데 이런 멋진 작품들이 나오려면 생각도 깊어야 할 것 같은데 작품 활동하기 좋은 나이가 있을까요?      


A: 특별히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누구나 이미 태어날 때부터 창작자죠,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짓고 춤을 춰요. 다만 그 창조적인 재능들을 누가 더 잊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서 발달시키는지 아니면 그렇지 아닌지에 따라. 또 스스로 자신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아티스트(작가)와 아티스트가 아닌 사람으로 스스로 구분 짓는다고 생각해요. 아주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죠. 유명한 그림책 작가 중엔 90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머니도 계시니까요.    

  

Q: 맞아요. 시인이나 소설가 중에서도 나이가 아주 적은 경우도 있고, 아주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람도 있어요. 처음엔 재능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글을 쓰다가 대작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보면 모든 예술이 비슷한 거 같은데,

  미술 장르가 다른 예술보다 매력적인 요소는 뭔가요? 
 
A: 시각적인 표현이 더 다이내믹하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음악도 좋아해요. 작곡, 연주 등 음악으로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쉬운 그림을 이용하면서도 구구절절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답답함이 있어 언제나 그림에 글이 따라다니게 되요. 그러고 보니 딱 어떤 게 좋다. 라고 말하기 힘드네요. 그림 작가가 되는 것이 1순위이지만, 음악도 그 다음으로 좋아해서, 훗날 안정이 되면 소소하게 음악작업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제가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서 언젠가 보사노바 연주와 작곡에도  도전해 볼 거예요. 꼭 멋지지 않아도 좋으니, 제 삶의 즐거움으로요!      


Q: 그렇죠? 저도 글만 있는 건 답답하고, 그림만 있는 건 모르겠고 그렇더라고요.  손가락 다섯 개 중에 어떤 손가락이 가장 중요한 지 뽐내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나를 키운 멘토가 있나요?         
   

A: 키웠다기보다 본받고 싶은 분들이 있어요. 그림 작가로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쉘 실버스타인과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쓰고 그린 장 자끄 쌍뻬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 그리고 스노우 캣을 좋아해요. 이 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자신의 가치를 스토리로 만들고 책에 담아내거든요. 예술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돈 버는 것과 예술을 서로 반대편에 놓는데요, 이렇게 가치에 맞는 걸 판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으로서는 수법스님과 문화예술교육사 수업 때 만난 임윤선교수님이요. 당신들의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계신 분들이세요.


Q: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그런 의미에서 이런 질문 한 번 드려볼게요. 미술과 교육 미술은 뭐가 다른가요?      

   

A: 교육미술은 교수 자가  매개자 혹은 끌어내는 이끔이가 되어서 타인에게 집중 한다면 미술 작업은 작가로서 내 안으로 집중하는 게 다른 거 같아요. 그런데 미술과 교육미술 모두 ‘정성’이 전부라는 걸로 생각할 때 굳이 다른 점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


Q: 그러네요. 작가로서 내가 크면 교육자로서도 크는 거니까요. 그럼 영역을 넓히기 위해 내가 더 배우고 싶거나 배우고 있는 것이 있나요?      


A: 그거라면 욕심이 좀 많죠. (웃음) 기회가 되는 한 무엇이든 다 배우고 싶어요. 특히, 동양철학과 우리나라 음악. 미술. 풍속 등에 관해서 배우고 싶어요.    

      

Q: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좀 평범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려내고 마치는 순간은 언제나 좋은 순간 이예요. 이번 전시회(2018.6.15~7.14 초대개인전 [마음한약방], 갤러리까루나)에서 관객이 저의 작품을 감상하고 무인장치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뿌듯했어요.

 

Q: 질문이 너무 많아 힘드시죠?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어서요. 이제 다 되어가요. 작가는 언제까지 하실 계획인가요?      


 A: 죽을 때 까지요. 제가 말하는 죽음이란 실제 숨이 끊어지는 날이 아니라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를 말하는 거예요. 그 순간은 실제의 죽음보다 훨씬 더 빨리 찾아오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 아주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죽음을 만나기 직전까지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날들을 모든 것에 감탄하고,  느끼고, 기록하는데 충실히 보내려고 해요.
 

Q: 죽기 전까지 라고 하시니 왠지 철학적으로 느껴지네요. 그런 의미에서 철학적인 질문 하나 드려 볼게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A: 밝고, 재밌고, 나름 괜찮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Q: 짧고 경쾌하네요, 하하. 괜찮았던 사람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 만은 아니죠? 어쩌면 정말 어려운 일일수도 있겠어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랄까?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때는 언제인가요?      


A: 위기 상황이나,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하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그렇고요. 매일 아침마다 동양철학 고전들을 읽는데 그 시간 동안 제가 성장하는 것 같아요.      


Q: 매일 매일 성장해서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요. (웃음) 말 꼬리 잡기 같긴 한데요. 괜찮아 보이는 사람 그러니까 내가 부러운 재주를 가진 사람이 있나요?


A: 옷 잘 입는 것(패션 감각!)과 넓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요.
 
Q: 넓은 인품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도 말씀드렸는데, 옷 입는 센스 있으세요. 오늘도 멋진 걸요. 그럼 반대로 이것만은 내가 최고(이 정도면 뭐….)라는 게 있나요?
 

A: 정리, 장사, 사람 대하는 것!     


Q: 긴 시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작년부터 동양의 철학이 담긴 오랜 고전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첫 책은 인생에 지침이 될 만큼 좋은 시구들을 모아 엮은 불교 경전인 ‘법구경’이었는데, 하루하루 읽고 느끼는 시간들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95일간 읽은 후, 다시 47일간 한 컷씩 그림으로 그려냈었어요. 그리고 그 작업과 시간들을 [마음한약방]이란 이름으로 현재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 아현(CoCo) 초대개인전 [마음한약방]

2018.6.15~7.14 / 갤러리까루나(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내길 42, 홍제동)

10:00-20:00 (월요일휴관, 02-394-1733)                                                                                                  

     

             

초대 개인전 [마음한약방] 홍은동 비로자나국제선원 까루나갤러리

  

  


  여름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시원한 웃음을 가진 (이)아현 선생님은 그림 작가 (그림과 글로 책이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작업)를 7의 비율로 직접적인 소통 (가게예술,  문화예술교육 등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작업)을 3의 비율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가장 원하는 작가로서의 삶의 방향은 종이 뒤편에 숨어서 조용히, 그림과 글로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들을 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삶이 당장의 경제적인 보장을 해주지 못하므로 그 작업을 계속적으로 이어가되, ‘문화예술강사’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이끔이가 되기도 하고, 장터나 행사장에서 다양한 주제로 가게를 차려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녀는 그것을 일명 ‘가게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림 및 디자인 의뢰 작업’이 들어오면 SOS를 해결해주기도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병행한다고.     

 

  마치 무대의 밖과 안처럼, 조금은 다른 양면적 성향을 양쪽으로 발산하며 작업과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은 7:3을 꿈꾸지만 아직은 3:7의 비율로 살고 있는 작가라고 말했지만, 지금 다양한 일들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참 멋지고 의미 깊은 일로 여긴다고 덧붙인 그녀의 말처럼 아직은 그녀를 현장에서 좀 더 만나고 싶다면 첫 인터뷰에 매료된 본 기자의 욕심일까?       





정리: 황현숙              

매거진의 이전글 여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