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맡은 값」- 설득의 비결: 타인의 관점 파악

경제학적 관점인 '외부효과의 내부화'에 근거하여

by 황보현

https://www.youtube.com/watch?v=AbnykQer1Po

참고문헌:
https://www.youtube.com/watch?v=AbnykQer1Po


1.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


'저 사람 속을 모르겠다. 왜 저렇게 황당한 주장을 하는 걸까? 정말 너무 답답하다.'


누군가를 상대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따금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당신도 그런 적이 있나요? 그런 사람을 설득시킨다는 건 생각만 해도 깜깜한 일입니다. 이럴 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동화 「냄새 맡은 값」은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의외의 지혜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이 동화는 단순히 영특하고 재치 있는 농부의 아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 동화에서 얻을 수 있는 독특한 통찰을 놓칠 것입니다. 이 동화는 어른들이 인간관계에서 마주하는 곤란한 상황에 잘 대처할 지혜를 제공해줍니다.


타인이 상식적이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주장을 제시할 때, 어떻게 대처하고 심지어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으로써, 동화 「냄새 맡은 값」은 타인의 관점을 파악하려 하는 것의 중요함을 교훈합니다. 옆집 농부와 농부의 아들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구두쇠 영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했습니까? 이제 구두쇠 영감의 비논리적인 주장 이면을 분석해본 후, 구두쇠 영감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구두쇠 영감의 관점


구두쇠 영감이 사고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두쇠 영감은 어떤 관점을 갖고 있기에 생선 냄새 맡은 값을 농부에게 요구하는 걸까요? 얼핏 보면 구두쇠 영감은 참 비논리적인 요구를 하는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영감은 논리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영감의 주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투박한 억지이지만, 속을 열어 보면 꽤나 시대를 앞선 혜안을 담고 있습니다. 겉은 투박하지만 속은 생그러운 파인애플과 같다고나 할까요? 놀랍게도, 돈이 많은 사람답게 이 영감은 지극히 경제학적 관점으로 사고하고 있답니다. '외부효과의 내부화'라는 경제학적 개념에 근거하여, 이 영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해 볼까요?


'외부효과'란,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대하여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구두쇠 영감은 생선을 굽는 행위를 했고, 옆집 농부는 군침 도는 생선 굽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 순간 구두쇠 영감의 생선 굽는 행위는 옆집 농부의 후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농부는 굶주리던 참에 생선 굽는 냄새를 맡으면서, 덕분에 호(好)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요. 좋은 냄새를 맡으며 이익이 되는 경험을 한 것입니다. 농부는 가난하여 먹을 것이 부족했기에, 향긋한 생선 굽는 냄새는 농부로 하여금 상당히 좋은 후각 경험을 제공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농부는 좋은 냄새를 맡은 대가를 영감에게 따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외부효과가 발생한 것이지요.


외부효과가 발생하면, 이는 경제학적으로 불공정한 일입니다. 구두쇠 영감이 농부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지만, 구두쇠 영감은 농부에게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외부효과를 개인의 의사 결정에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외부효과의 내부화'라고 합니다. 외부효과의 내부화란, 사람들이 자신이 초래하는 외부효과를 의사결정에 감안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두쇠 영감은 농부에게 좋은 후각 경험을 제공했기에, 그만한 보상을 농부로부터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생선 굽는 냄새를 맡은 농부가 냄새 맡은 대가를 영감에게 지불한다면, 영감은 이런 경제적 유인으로 인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생선을 구우려 하겠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구두쇠 영감이 농부에게 생선 냄새 맡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겠다는 관점입니다. 영감의 요구는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논리적이며 합리적입니다. 옆집 농부나 농부 아들은 이와 같은 구두쇠 영감의 관점을 통찰해낼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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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옆집 농부 - 타인의 관점을 파악하였는가?


옆집 농부는 구두쇠 영감의 요구에 담긴 경제학적 판단 방식을 파악하였나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가 보기에 구두쇠 영감이 생선 냄새 맡은 값을 요구하는 건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억지에 불과했을 겁니다. 구두쇠 영감의 요구는 실은 외부효과의 내부화라는 합리적 판단에 근거했는데도 말이에요. 농부는 지극히 인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영감을 설득하려고만 했지요? 농부의 감정적 차원의 설득은 결코 영감의 합리적 차원의 관점을 깨뜨리지 못합니다. 농부가 영감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농부는 영감을 설득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주변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주장을 하면서 우리를 괴롭게 하는 이를 떠올려 볼 수 있을까요? 마치 구두쇠 영감과 같은 사람 말입니다. 그런 이와 마주하여 대화하게 되면, 정말 마음이 힘들 수 있지요. 그러한 이를 감정적 차원에서 설득하려고만 한다면, 결과는 어떠할까요? 아마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겁니다. 마치 농부의 감정적 차원의 호소가 구두쇠 영감의 딱딱한 마음을 뚫지 못한 것과 같지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까요? 그 사람의 주장은 정말 아무 논리적 근거가 없는 억지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있는 어떠한 논리를 내포하고 있을까요? 마치 구두쇠 영감의 억지 같은 주장에 외부효과의 내부화라는 의외로 합리적인 경제학적 추론이 함축된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주장에 담긴 예상외의 합리적 추론과 판단 방식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통찰이 그를 설득하기 위한 출발점이지 않을까요? 우선 상대방의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를 설득하는 일은 어려워집니다.


4. 농부의 아들 - 타인의 관점을 파악하였는가?


농부의 아들은 구두쇠 영감의 요구에 담긴 경제학적 관점을 이해하였나요? 그러했습니다. 농부의 아들은 구두쇠 영감이 생선 냄새 맡은 값을 요구하는 걸 그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농부의 아들은 구두쇠 영감의 주장이 외부효과의 내부화라는 경제학적 판단에 근거하였음을 통찰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농부 아들은 동일한 관점 즉 외부효과의 내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영감을 설득하려고 하지요.


농부 아들은 어떤 의미에서 외부효과의 내부화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을까요? 돈 다섯 냥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영감에게 들려줍니다. 영감은 돈을 무척 좋아하는 인물이기에, 그는 돈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호(好)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겠지요? 좋은 소리를 들으며 이익이 되는 경험을 한 겁니다. 생선 굽는 냄새가 농부로 하여금 훌륭한 후각 경험을 하도록 한 것과 같이, 돈 딸랑거리는 소리는 영감으로 하여금 훌륭한 청각 경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영감은 농부 아들이 들려주는 돈 소리를 듣고서 아주 흡족해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이제 영감이 돈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 외부효과의 내부화가 발생합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불공정합니다. 마치 농부가 생선 굽는 냄새를 맡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불공정한 일인 것과 같지요. 이와 같은 농부 아들의 시도는 결국 구두쇠 영감을 설득시킵니다. 구두쇠 영감은 더 이상 생선 냄새 맡은 값을 농부와 농부 아들에게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농부 아들의 시도가 구두쇠 영감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요? 농부의 아들은 아버지와는 달리 타인의 관점을 이해한 바탕 위에 타인을 설득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구두쇠 영감이 가진 외부효과의 내부화라는 관점을 파악하고서, 그와 동일한 관점으로 영감에게 접근한 것이지요. 우리는 농부의 아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타인의 관점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야 그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이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결코 그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뒤엎지 못하겠지요? 반면, 상대방의 주장이 알고 보니 이러저러한 맥락과 논리에 근거하여 성립한다는 걸 파악하고 나면 어떠할까요? 이와 같은 타인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겁니다. 타인이 가진 관점과 동일한 관점을 채택하고서 그에게 다시 접근해볼 수 있을까요? 마치 농부의 아들이 영감이 가진 경제학적 관점을 내화하고서 영감에게 접근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추론 방식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그 관점을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다시 접근해야 합니다.


5.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 설득의 비결


동화 「냄새 맡은 값」은 타인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 설득의 비결임을 보여줍니다. 황당한 구두쇠 영감의 요구 속에는 외부효과의 내부화에 근거한 합리적 추론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을 통찰한 농부의 아들만이 구두쇠 영감을 온전히 설득할 수 있었지요. 「냄새 맡은 값」은 타인의 주장이 황당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 이면에 담긴 관점을 이해하려 할 때 비로소 타인을 설득하는 것이 가능해짐을 교훈합니다.


농부 아버지처럼 상대방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될 것입니까? 아니면, 농부의 아들처럼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통찰하려 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까? 우리 각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대방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 주장과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해 보면 어떨까요? 설득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설령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관용과 소통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냄새 맡은 값을 소리 들은 값으로 되갚을 수 있는 지혜' - 타인의 관점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 - 를 과연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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