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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나 Sep 10. 2018

스포트 라이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조각을 찾아서

영화 스포트 라이트, 사건은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으로 드러나는가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거대한 사건과 그 진실을 밝히는 조각을 찾아서 



이 영화의 무대는 보스턴이라는 보수적이고 가톨릭 문화가 강한 지역의 '보스턴 글로브'라는 신문사이다. 보스턴의 시민이 아니면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이곳에는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아동 성추행 문제가 있다.  신문사에 새로운 편집장 '베런'이 부임하면서, 그는 한 칼럼에 쓰인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주목한다. 그리고 신문사 내 '특종 팀'이 사건을 해부하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때로는 두려울 때가 있다. 그것이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일 경우 더욱 그렇다. 보스턴의 많은 시민들이 믿고 의지하는 가톨릭의 민낯을 알게 되었을 때 이들도 그러했다. 한편으로는 어릴 적 성추행의 상처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가톨릭의 힘 아래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진실을 파헤치는 특종 팀이 느꼈을 무게감을 예상하게 한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진실은 어쩌면 우리의 불편한 민낯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을 요구한다.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는 무엇일까                                                  

                                                                  


기자들을 다루는 영화를 보며 늘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진정한 언론인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기자들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전의 영화와 같이 진실만을 추구하고, 외압을 이기며 싸우는 영웅적인 기자 이야기와는 다르다. 



그보다는 지난 시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수면 아래 잠기어 있던 사건의 비밀에 접근해 가고, 그것이 세상에 밝혀지는 과정에서 기자가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잔잔히 밝히고 있다. 오히려 취재를 하는 동안 기자들은 문득 느끼게 된다. 이전에도 신문사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한 시도와 이를 밝힐 충분한 자료가 이미 본인들에게 있었음에도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보도에 있어 신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특종을 잡으면 다른 신문사보다 빨리 기사를 내야 한다는 경쟁심이 때때로 더 큰 진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영화에서 편집장 베런은 말한다. 



우리는 하나의 사건을 알리는 게 아니라 시스템(system)을 찾는 겁니다 



이전에도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는 기사는 있어왔다. 그러나 이것들은 그다지 큰 이슈를 만들지 못했고, 변화를 이끌어내 지도 못 했다. 극 중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버팔로)는 소리치며 한 사건에 교구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밝힐 증거가 있으니 어서 빨리 기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 팀의 리더는 냉정히 판단한다. 만약 섣불리 기사를 냈다가는 더 많은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묵인하는 가톨릭 체제의 실체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독 보도'만 있으면 일단 내고 보자는 일종의 직업병이 더욱 큰 것을 놓치는 감정적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왜 하필 저였는지 모르겠어요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가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취재하던 중 한 피해자가 한 말이다. 아동을 성폭행한 신부들은 편부모 가정이거나 어려움이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신부들의 따뜻한 관심에 반응하고, 둘 사이의 비밀 관계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만큼 순수하다는 것을 악용했다. 영화에서는 어떠한 자극적인 장면도, 그 끔찍함을 상상하게 하는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지만 피해자들의 상처를 담담히 느끼게끔 한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 있음을 절절히 느끼게 해준다. 


동시에 피해자 각자만의 목소리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피해자는 자신의 인생을 무너지게 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지만, 거대한 종교 체제라는 권력 앞에서 개개인은 힘없는 시민들뿐이다. 이를 보며 세상의 진실을 밝히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여정에는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혼자서는 힘들다. 함께해야 바꿀 수 있다.                                                  


                                                         

종종 영화를 볼 때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감정이 무너질 듯 아픈 사건을 다루거나, 너무나 자극적인 장면들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마음에 더 큰 짐을 진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잔잔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조용히 그러나 몰입도 있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 덕분에 영화를 본 뒤 힘이 빠지진 않지만, 계속해서 영화가 드러내고자 했던 것을 잔잔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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