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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장 Oct 24. 2024

아내의 두 번째 책

함께한 지 20년이 지나도 잘 모르는 아내의 소소한 이야기


스무 살에 만난 아내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전공과는 별 상관없는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했다. 낙방 끝에 수험생 생활을 그만두었고 친구를 따라 출판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종로로, 파주로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낳기 전까지 수년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 아내는 출판 편집을 하는 대신 꾸준히 글을 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에세이를 쓰고 그걸로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아내의 나이 마흔이었다.

 

아내는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 정확히는 소설을 써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등단'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읽은 '토지'가 좋았다고 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작년 아내의 첫 번째 책이 나올 때도 그럭저럭 쓰나 보나 했는데 아내가 내게 보여준 단편소설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내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글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의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등단'이라는 과정이 바늘구멍과 같아서 매우 비좁은 길을 뚫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걸 성공한다 하더라도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굉장히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물론 등단과 동시에 세간의 대단한 주목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도 글을 쓰는 과정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다. 아내는 그런 부류인 것 같았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입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병원균 감염으로 사경을 헤매고 계실 때 나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은 우리 가족을 보고 욕을 했다. 다른 큰 병원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거 아니냐고. 그때 알게 되었다. 사람 관계는 안 좋을 때 드러난다는 것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글을 썼다. 어디에도 내놓지 못할 배설의 글들 덕분에 나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 후로 나도 아내를 따라 가끔씩 글을 쓴다. 사실 나는 글에 영 소질이 없다. 아내도 안다. 고등학교에서는 이과를 나왔고 대학은 공대를 나와 지금은 건축을 하고 있으니 문과는 영 나와는 맞지 않는 분야로 여겨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은 쓰면 쓸수록 조금씩 는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아무리 쓴다 한들 박완서 작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정도는 충분하니 그것으로 나의 글쓰기 수행은 꽤 괜찮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글쓰기는 꽤 의미가 있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어제 아내는 두 번째 책을 계약했다.


이번 책은 세상에 있을 법한 일을 그려내는(소설) 대단한 등단은 아니지만 세상에 존재했던 소소한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낸(에세이) 책이다. 아내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 지금이라도 궁금하다면 아내의 브런치와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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