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아서 퇴사했다
매일매일 사무실에 앉아 죽음을 생각한지 몇년 째였다.
이대로는 살지도, 죽지도 못한 산송장 같은 삶이 지속될 것 같았다.
놀랍게도 회사에서 날 괴롭히는 상사는 아무도 없었다.
버거운 일도 없었다. 야근이 있긴 했지만 그건 누구나 하는 일이었다.
일은 손에 익었고, 더 이상 버벅대거나 업무에 실수해 안절부절하는 일은 없었다.
모든 게 완성되니 고통이 찾아왔다
애석하게도 그랬다. 모든 걸림돌, 그러니까 날 괴롭히는 상사나
꼬투리 잡힐만 한 실수나 그런게 사라지니 정신적 데미지가 찾아왔다.
하루는 회의가 끝난 후 순간적으로 손에든 노트북을 바닥에 던질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살고싶지 않다는 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이정도 생각은 근데, 누구나 하고 살지 않아요?"란 내 말에
정신과에서는 진지하게 상담을 권유했다.
결국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그래도 견딜 수가 없었다. 늦은 밤 누워있다가 갑자기 숨이 차서
밖으로 뛰쳐나가 야밤에 달리기를 하는 것도 잠깐.
어느샌가 나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다음날 눈이 떠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잠에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은 없다. 모든 퇴사자는 숨쉬기 위해 퇴사한다.
나는 행복하려고가 아니라, 죽지 않으려고 회사를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