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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층간소음 Mar 20. 2024

행복하려고 퇴사하는 사람은 없다

죽고 싶지 않아서 퇴사했다





나는 살려고 퇴사했다


매일매일 사무실에 앉아 죽음을 생각한지 몇년 째였다.

이대로는 살지도, 죽지도 못한 산송장 같은 삶이 지속될 것 같았다.

놀랍게도 회사에서 날 괴롭히는 상사는 아무도 없었다. 

버거운 일도 없었다. 야근이 있긴 했지만 그건 누구나 하는 일이었다.

일은 손에 익었고, 더 이상 버벅대거나 업무에 실수해 안절부절하는 일은 없었다. 



모든 게 완성되니 고통이 찾아왔다

애석하게도 그랬다. 모든 걸림돌, 그러니까 날 괴롭히는 상사나

꼬투리 잡힐만 한 실수나 그런게 사라지니 정신적 데미지가 찾아왔다.

하루는 회의가 끝난 후 순간적으로 손에든 노트북을 바닥에 던질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살고싶지 않다는 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이정도 생각은 근데, 누구나 하고 살지 않아요?"란 내 말에

정신과에서는 진지하게 상담을 권유했다.


결국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그래도 견딜 수가 없었다. 늦은 밤 누워있다가 갑자기 숨이 차서 

밖으로 뛰쳐나가 야밤에 달리기를 하는 것도 잠깐.

어느샌가 나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다음날 눈이 떠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잠에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은 없다. 모든 퇴사자는 숨쉬기 위해 퇴사한다.

나는 행복하려고가 아니라, 죽지 않으려고 회사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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