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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Apr 15. 2024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남들이 보기에 형은 상종 못할 사람이었습니다. 잘 씻지도 않아서 항상 고약한 냄새를 풍겼고요. 형은 구제 불능의 금사빠여서 처음 만난 여자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감정 기복은 극단적이었고, 고집도 말도 못 하게 셌습니다. 변변한 직장 없이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가족들 모두를 불편하게 했어요.”  


형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 동생 테오가 말하는 형의 모습은 이렇다. 고흐는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순수하다는 점은 착하고 순하다는 기질과는 다르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쉽다. 아이들은 천사 같지만, 자기중심적이고 본능에 충실하기도 하다. 감정이 수시로 바뀌며 스트레스에 약하다. 고흐가 바로 그랬다. 고흐의 광기가 처음 발현된 사건은 첫사랑에 실패했을 때였다. 한 여인에게 집착하다 퇴짜 맞자 고흐는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눈에 띄게 말수가 줄고 음침해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고흐의 방황이 시작된다. 보조 목사, 서점 일자리, 전도사 양성학교…. 가는 곳마다 그는 문제를 일으켰다. 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은 계속 심해졌다. 짝사랑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공부를 그만두기도 했다. 평생 방황하던 그가 도대체 그림은 언제 그렸으며, 불안정한 그의 색채가 세기의 역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한국경제 문화부 성수영 기자가 쓴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성수영 기자가 들려주는 고흐의 삶에 대해 차분히 듣다 보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보인다. 그리고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 작품이 주는 의미 등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보인다.  


고흐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건 고작 10년. 그 사이 자신을 스스로 불태우듯 수많은 명작을 쏟아냈던 그는 평생 인정받지 못하고 그림을 그리다 쓰러졌다. 하지만 뒤늦은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그는 오늘날 ‘인류 역사상 최고의 화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삶의 궤적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비극적인 드라마이다. 하지만 고흐의 인생사를 짧게 훑고 그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고흐만 보면 하늘이 내린 천재이자, 그 천재성이 가져온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다 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동생 테오의 테오의 삶을 함께 보면 더욱 인간적인 면모가 읽힌다. 동생의 믿음과 희생이 그의 재능을 꽃피게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고흐의 그림에서 전과 다른 온기와 친근감이 느껴진다.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초현실주의의 대가 마그리트를 비롯해 색채의 마술사 샤갈, 인상주의의 아버지 모네,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로 유명한 엘리자베트 르 브룅,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 등 총 27인의 삶과 대표작을 소개한다. 


독특한 점은 그림과 해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사람, 화가의 인생 전반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림이 1860년대 빛과 색의 변화에 관심을 두는 인상주의 작품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시험에 나오는 공식 말고 미술을 작품 자체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알면 보인다. 명화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면 그동안 미술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봐왔던 그림들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온다. 성수영 기자는 “작가의 인생과 철학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 많이 읽고, 조금 판단하고,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작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작품을 접할수록 많은 사람의 가치관과 철학을 이해하며 경험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우리가 행복의 화가로 부르는 르누아르. 삶에 행복한 일만 가득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르누아르는 연인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지만 키울 돈이 없어 입양을 보낸다. 


얼마 뒤 연인마저 떠나보냈다. 이런 괴로움은 르누아르가 평생 겪었던 고통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붓을 건드리는 모든 순간마다 어김없이 캔버스에는 화사한 행복이 피어났다. 그의 작품은 운명이 주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끈질긴 집념으로 행복만을 담아낸 한 사람의 승리를 상징한다. 


간절하게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고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성수영 기자가 들려주는 화가들의 삶과 그림에 귀를 기울여보자. 때로는 넘어지고 실수하더라도 자신의 방향을 정해 소신껏 밀고 나갔던 예술가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방향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용기를 내서 그 길을 계속 가세요. 그렇다면 사랑이 됐든 일이 됐든, 그 길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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