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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가득한 도시, 하바로프스크

더위를 피하려 무작정 떠났다 만난 곳

by 송정서


올 여름은 정말이지 지독하게 더웠다. 두바이에서 느꼈던 더위를 한국에서 느낄 줄이야. 이쯤되면 열대과일 나야하는 것 아니냐며 푸념을 하다가 무작정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항공권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5일 후 비행기에 올랐다.




대구항공발 티웨이 항공 비행기를 타고 가느라 하바로프스크에는 깜깜한 밤에 도착했다.




잠을 자고 나와 마주한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첫 얼굴은 한적하고 소박했다.



호텔이 일반 주거지역에 있는 덕택에 이곳 사람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감정표현에 인색하고 잘 웃지 않는다던데 실제로 다들 무표정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매우 친절했다.


나서서 호의를 베풀진 않지만 예의있고 친절해서 신기했다.



한참 두리번거리다 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나왔다.




하바로프스크의 가장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레닌광장.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든 오며가며 꼭 마주치게 되는 광장이다.




새파란 하늘과 색색의 꽃이 정말 잘 어울렸다. 나름대로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분수는 쾌청한 분위기를 한결 더해주었다.




제일 무더울 시기에 갔는데도 이곳 한낮의 기온은 23도 정도였다. 얇은 긴팔을 입으면 딱 좋고 아침저녁으론 가디건이나 청자켓을 걸쳐야할 정도. 그러니 피서지로 딱 마땅한 곳이다.




그리곤 걸어 내려와 아무르 강변으로.




아무르강으로 내려가기 전엔 장난감같은 성당이 하나 있다.



월트디즈니 영화에서 본 듯도 하고, 롯데월드에서 본 듯도 한 성당이었다. 다른 유럽의 성당과 달리 색감이 참 청량했다. 도시의 하늘과 꼭 맞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당 바로 앞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아무르강이 펼쳐져 있다.


따뜻한 햇살을 받아 강물이 반짝이는데 진짜로 눈이 부셨다(선글라스는 필수다.) 세계에서 10번째로 크다는데 정말정말 컸다. 해외에 갈 때마다 강폭이 크지 않아서 새삼 서울 한강이 진짜 크구나하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이곳은 한강과 비교도 안되게 컸다. 원래는 강 길이 때문에 손꼽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참을 내려보다 강변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무작정 걸었다. 강 주변은 전체가 공원처럼 녹음으로 가득하다.




마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챙겨온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를 가져온 이가 우리밖에 없어 조금 주저했는데 이리 좋은 경치를 잠시 서서 보고 가기엔 아쉽다는 생각에, 무작정 그냥 펴버렸다.




돗자리에 누워 본 하늘은 이러했다. 공기는 선선했고 중간중간 부는 바람은 차갑게 몸
을 간질였다. 여름이라는 걸 잊을 정도의 시원한 날씨는 천국같았다. (한겨울 호주에 갔을 때보다도 더 만족감이 컸다. 이번 폭염이 유난스러워선지 이곳의 날씨가 완벽해선지는 모르겠다.)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는 소리는 잠에 들기에 적당했다. 때문에 잠시 누워 있었을 뿐인데 깜빡 잠에 들었다.




이 곳은 또다른 성당인데 한적하기 그지 없었다. 사진기를 들이대는 모든 곳에 대부분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성당을 돌아 나가면 난간이 있는데 그 곳에 서면 강변이 다시 보인다.




그리고 강쪽으로 더 내려가서 유람선을 타러.



8월 중순엔 저녁 7시 유람선을 타면 노을이 살짝 지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강가는 꽤 추워 두툼한 가디건은 필수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입는 긴 가디건을 입었는데도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다.




유람선에서 파는 하바롭스크 지역 맥주. 맛은 기억이 안난다. 그냥 배타면 뭐라도 마셔주어야지 싶어 마셨다.



내릴 때가 되니 슬슬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9시 쯤이 이곳의 해질녘이다. 배에서 내리니 슬슬 깜깜해졌다. 그리곤 다시 레닌광장 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비행기 같이 탔던 러시아 친구를 만나 신기했다.




사실 하바로프스크는 관광지가 많지는 않다. 강과 성당 두 개, 광장 그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진짜 좋았다 아주 많이. 한적하고 조용했고 날씨가 좋았고 풍경이 좋았다.


비단 이때문만은 아니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뜻했다. 아이도 어른도 수줍게 말을 걸어 왔고 누구보다 친절했고 그래서 모두가 귀여웠다. 아무 생각없이 떠났다가 반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또다시 쉬러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아직 관광인프라가 많이 구축되지 않았고 볼거리가 많지 않다.그러나 한적하고 작은 도시에서 친절한 이들을 만나고, 무작정 쉬고 싶다면 하바로브스크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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