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세대가 아날로그와 사랑에 빠지는 이유
"우리는 어쩌다 필름카메라를 좋아하게 된 걸까.
나는 아날로그에는
'사람의 감정'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지털 매체에도
우리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지만
디지털로 대체하고 싶지 않은,
아날로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3개월 전, 스틸북스에서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처음 구입했다.
베이지와 분홍색의 바디가 너무 귀여웠다.
왠지 빨리 써버리고 싶지 않아
3개월 동안이나 꼭꼭 아껴 썼다.
작년 말 드디어 인화를 맡겼다.
3개월 전의 순간들이
그 날의 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름은 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보여주는 것 같다.
빛이 부족한 날엔 부족한 대로,
빛이 많았던 날엔 많았던 대로
그 날의 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빛과 함께 느낌도 달라진다.
행복하게 빛나던 날도,
흐릿하게 슬펐던 날도
그 날의 느낌까지 묘하게 담겼다.
우연히 눈부신 장면을 만나
순간의 광경을 놓칠세라 한껏 들떠
덜 감긴 필름도
이 한 장을 어떻게 잘 담아볼까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셔터를 눌러 담은 후
확인할 수도 없는데 왠지 후회없었던 기분도
잊고 있었던 어느 순간들이 다 선물같았다.
최근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날로그 감성,
'뉴트로'라는 용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내가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던 건
집에 있던 필름카메라를 찾기 힘들어진 언젠가
핸드폰과 디지털 카메라를 대신 쥐면서였는데.
'우리는 어쩌다 필름카메라를 좋아하게 된 걸까'
언젠가 어느 면접에서
아날로그를 경험하지도 않은 세대인 우리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아날로그에는
'사람의 감정'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에는 시간과 공간이 담기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에는
우리의 감정이 담기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매체에도
우리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지만
디지털로 대체하고 싶지 않은
아날로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첫 필름을 계기로
올 해에는 아날로그를 더 사랑해봐야지.
열 여덟번째
#목요일의글쓰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