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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think May 01. 2019

모든 것은 변한다

내가 이 곳을 예전만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망원동의 한 카페에 왔다.


주인 언니가 바뀐다는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가게를 대신 봐주시던 사촌(원래 주인 언니)이 몸이 좋지 않아 더 이상 가게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던 이 곳의 감성이 담긴 언니의 글, 사진, 게시물이 모두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왠지 발걸음이 향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친구와 이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와 보니 입구부터 마음이 아리다.




일년 전 처음 이 곳을 발견했을 때, 너무 좋아서 떨렸던 기억이 난다.


간신히 발견한 입구에 큰 글씨로 진지하게 쓰여 있던 '정숙'이라는 단어, 그 밑에 귀엽고 정갈한 주인 언니를 닮은 글씨들. 메뉴판 거울에 조그맣게 붙은, 이 곳은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곳이라는 정중한 메모.


내가 자주 앉던 책상 앞에 붙어있던 귀여운 그림과 글씨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던 똑같은 분위기의 공기, 그리고 항상 책을 읽으며 앉아있다가 '또 오셨네요' 웃으며 반겨주시던 주인언니.


이 곳은 여전히 좋은 곳이지만.

오늘 다시 마주한 이 곳에는 글씨도, 분위기도, 심지어는 소리도 다른 사람의 것인듯 하다.


모두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모두 그 자리에 있지 않다.

모든 것은 변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언제나 예상치 못하게.



오는 길에 친구에게 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그리고 주인 언니와의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문득 이렇게 말했다.


'우린 그냥 결국 좋은 사람이 되면 돼.'


모든 것은 변한다. 내가 사랑하던 공간,

그 곳을 채우던 누군가의 손길과 에너지가 사라진 이 곳.


내가 이 곳을 예전만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의 부재만큼이나, 나는 자신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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