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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think May 01. 2019

콘텐츠로 콘텐츠를 추천받는 세상

[넷플릭스 고객 경험 지도]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정주행 할까 말까? 

최근 킹덤, 페르소나 등 본격적으로 한국 시리즈를 내놓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실험을 재밌게 관찰중이다. 넷플릭스 코리아 최초 드라마였던 킹덤은 내 취향의 장르가 아니라 아쉬워하던 차에, 왠지 웹드라마 느낌을 풍기는 이 콘텐츠가 눈에 띄었다. 


1단계: 이 콘텐츠, 왜 낯설지가 않지?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툰인 '펀자이씨툰' 작가님이 콜라보를 하셨었다. '펀자이씨툰'은 태국인 남편과 결혼한 작가님의 달달한 연애담과 따뜻한 가족 이야기, 그리고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웹툰을 보는 사람들이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의 PPL 타겟으로 아주 적합한 독자였던 셈이다. 


 좌: 넷플릭스 콜라보 / 우: 펀자이씨툰 콘텐츠 / 출처 : 펀자이씨툰 인스타그램 (@punj_toon)


아주 정확하게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같은 넷플릭스의 하이틴 로맨스물을 재밌게 보아서인지 넷플릭스 첫 화면에 '첫처음'(이렇게 줄여 부른다고 합니다!) 광고가 엄청 나왔더랬다. 요즘에는 영화던 드라마던 인스타 채널, 인스타툰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부쩍 많이 추천받는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그게 왜 나에게 효과적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화를 보게 되는데.. 


2단계: 정주행 할까 말까?


그리고 2화를 계속 볼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팟캐스트 <도매가로 시간을 팝니다> 채널에서 이 고민을 대신해주신, 이런 엄청난 콘텐츠를 발견하게 된다. (이 콘텐츠 역시 유입하게 된 채널은 인스타그램..) 




이름하여 ‘정주행 할까 말까’


넷플릭스 시리즈물 특성상, 기존 TV 시청 습관인 ‘린 백’이 아니라 ‘린 인’ 해서 많은 집중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정주행’이라는 무거운 행동을, 팟캐스트 형식으로 가볍게 풀어내주시다니. 넷플릭스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긁어낸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신기한 것이, 도시팝이라는 팟캐스트는 배달의 민족 마케터이신 승희님이 출연하신 편을 듣고 처음 팔로우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또 그 채널을 통해 뭔가를 추천받는다. 정말이지 ‘콘텐츠로 콘텐츠를 추천받는 세상’이다. (물론 사람도 콘텐츠!)


3단계: 콘텐츠 경험 후, 개인적인 생각들


사실 언니와 1화를 보다가 중간 중간 끌까(..) 고민하기도 했다.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20대로서, tvN 드라마처럼 자연스러운 설정을 기대했는데 조금은 비현실적인 설정,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적인 장면들(폭력 등.. 글로벌 오픈이 걱정될 만큼 과했다고 생각했다.)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시팝에서 언급해주신대로 콘텐츠가 꼭 현실적일 필요는 없고,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이상을 대신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 (도시팝에서도 그래서 이 콘텐츠가 끝까지 판타지로 갔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 IOS / Android )


개인적으로 1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뒤로 갈수록 자연스러워지고 주인공 윤태오와 한송이의 매력에 2화가 궁금해졌다. 도시팝에서도 이 드라마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 감정 이입해서 보는 캐릭터 물이다, 라고 하셨는데 1화까지 보고 팟캐스트를 들었던 나로써는 정말 공감되었다. 또 중간 중간 이화동 골목길, 에어비앤비로 살아봤던 북촌의 한옥집이 떠오르는 한송이의 집 등, 글로벌 콘텐츠를 겨냥해 신경쓴 흔적이 보이는,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로케이션을 잘 살린 콘텐츠라는 점. 또 요즘에는 보기 드물어진 추억의 밝고 달달한 캠퍼스물(논스톱 세대는 아니지만 뭔가 그립고 아쉬운.. )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보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일단 2화까지 봐볼까? 





 

출처: 필립 코틀러, <마켓 4.0>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에 따르면, 고객 경험 지도는 '인지 > 호감 > 질문 > 행동 > 옹호'의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원문에 따르면, 그 순서는 바뀌거나 건너뛰어질 수 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첫처음' 이라는 콘텐츠를 접하며 느낀 것들을 기록하다 보니 나름의 '넷플릭스 고객 여정 지도(중 한 사례)' 가 그려진 것 같다. 


콘텐츠로 콘텐츠를 추천받는 세상


이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보면, 사람과 채널을 포함해 '나를 둘러싼 커뮤니티'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인지하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마켓 4.0 시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라고 이해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험재'인 콘텐츠의 경우, 커뮤니티의 콘텐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콘텐츠를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인지하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한편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콘텐츠의 추천으로, 인지 단계를 거쳐 어느정도 호감을 가지게 된 후에도 고객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콘텐츠를 바로 경험하지 않고 '질문과 행동'의 과정을 거쳐 시간과 돈을 투자할지를 결정하고, 옹호여부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고객 경험의 시작에서 끝까지, 어떻게 좋은 브랜드 경험을 이끌어낼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이런 고객 여정 지도는 브랜드 경험을 이해하는 데 좋은 툴인 것 같다. 앞으로 다른 브랜드를 경험하며 마켓 4.0의 고객 경로를 적용해서 정리해봐야겠다. 




#목요일의글쓰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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