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사토와 흑당버블라테를 만들어 마셨다.
2
멍울 5개에 대한 의사 선생님의 소견은 '이상 없음'이었다.
다만 2달 후 다시 한번 CT 촬영을 해봐야 한단다.
지금은 이상 없음이지만 시간이 지나 조직 검사에서 혹시나 잡히지 못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잘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어쩌면 되게 무서울 수 있는 결론이나, 당장은 안전하고 암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씀하시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3
동행하신 어머니는 '암이 아니더라도 혹여 다른 좋지 않은 증상으로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하셨단다.
딸내미의 '쌩쌩함'을 확인하신 어머니는 기쁘신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목에 위치한 다이소를 들렀을 때였다.
다이소에 갈 때마다 컵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져니의 뒷덜미를 잡으시며 "컵은 그만!" 하시던 분이 이번에는
"이 컵 예쁘지 않니?" 하고 져니 눈앞에 예쁜 컵들을 아른아른하게 흔드신다.
괭이처럼 달려들어 들어보고 돌려보고 안을 보는 등 요란을 떨어도 '그만!'이라는 말씀을 안 하시더니 결국 컵 하나를 사주시고 만다.
아마도 딸내미 '건강 이상 무'소식에 대한 축하 선물인가 보다.
4
그리고 맥사토와 흑당버블라테를 만들어 마셨다.
암이 아니니 술을 마셔도 되고, 암이 아니니 열심히 어머니 라테 만들어드릴 수 있고.
라섹 수술 이후 세상이 달라 보이더니만, 이번에도 세상이 달라 보인다.
농담 아니라 정말 새로 사는 삶, 더 얹어주신 것 같은 삶, 덤으로 더 사는 것 같은 삶...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열심히, 정확히는 재미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뭔가 특별한 것들을 해서 재미있는 것은 번잡하다.
자잘 자잘 하게 재미있는 것을 원한다.
소소하게, 아침 식사 후에 흑당버블라테를 만들어 마시고 대신 점심은 다이어트식을 먹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러나 변화 없이 국에 밥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우는 것.
혹은, 저녁에 맥사토 한잔 만들어 마시며 스스로 주사는 부리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
그러나 마시고 나서 노래는 세곡 정도 '불러제끼는 것'... 등등 말이다, 소소하게 즐겁게.
5
신께서 이번 일로 나를 놀래키려고 하셨다면 성공하셨다.
정말 식겁해서 일상이 엉망이었다.
이번 일로 '생각'을 하게 만들려고 하셨다면 성공하셨다.
죽기 전에 뭘 해야 할지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번 일로 깨우치기를 바라셨다면, 그래서 수많은 져니들에게 뭔가 말해주길 바라신다면,
'빨리 접수하고 진단받아야 마음고생을 덜한다.'
...라는 것을 깨쳤으니, 병원 예약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라는 첨언과 함께
'서둘러라, 너의 인생, 늦지 않았다.'
...라는 자기계발 문구 같은 조언을 하겠다. 그리고 진심으로 깨달은 바는,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며, 운동은 필수가 아닌 일상이어야 하겠구나.' 싶다.
6
2달간을 마음고생 시키던 멍울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웹과 전화로 걱정해 준 친구와 지인들이 정말 고마웁다.
같이 고생해 주신 부모님껜.... 온 마음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