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 달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안방 욕실창에 매미가 붙어있다. 안 가고 계속 붙어있어."
... 라고 하셔서 가보았다. 욕실창 방충망에 떡하니 붙어있는 건 여지없이 매미였다.
나는 이유도 없이 매미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크기가 듬직하니 큰데, 행동은 진득하니 섣부르게 빨리 움직이지 않아서 좋다.
자칫 밤에 이렇게 붙어있으면 바퀴 벌레인 줄 알고 약을 뿌릴 것 같다.
하지만 한낮에는 날개와 모양새가 보여서 헛갈릴 일이 없다.
안방 욕실은 주로 아버지가 사용하신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저 녀석이 벌써 며칠째 거기에 붙어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매일 샤워하시는 샤워기 바로 옆쪽 창에 붙어있다 보니 순간,
'저게 울 아버지 알몸을 다 봤겠네.'
...라고 생각하며 녀석이 과연 암놈일까 수놈일까를 추측해 봤다.
2
어제 비가 들이칠까 내 방 창을 닫으려다가 놀랐다.
방충망 모서리 쪽에 매미가 붙어있었다.
며칠 전에 안방 욕실 창의 매미가 가버리고 없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혹 그놈이 이리로 온 것인가? 아니면 다른 놈인가?
어제 빨랫감 내놓느라 옷을 홀딱 벗고 갈아입었는데, 창을 닫고 갈아입어서 다행이다.
뭐 매미 녀석이 봤어도 내가 뭐라 하겠는가, 예쁜 곤충이라 그냥 봐 줄수 밖에.
3
벌레 한 마리가 내방을 날아다니다가 잠시 바닥에 앉았는데 무슨 벌레인지 모르겠다.
날개와 머리 가슴은 날개미 같았는데 배가 꿀이 잔뜩 차있는 꿀단지처럼 동그랗고 컸다.
내가 다 큰 성인이라서 그 녀석을 그냥 두었지 6살 정도의 어린아이였다면,
꿀 벌레라고 하며 입으로 가져갔을 것 같다.
아무튼 매미도 호감형이지만 이 꿀단지배를 지닌 개미 같은 이 녀석도 호감형이다.
일단 개미, 벌, 매미, 잠자리, 나비 정도는 호감형이다.
익충일 경우 호감형일 경우가 높지만 역시 익숙하고 예뻐야 정감이 간다.
꿀배를 가진 그 벌레는 내방에 침투하고 여유자적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녁나절 나는 모기와 날벌레 등을 쫓기 위해 모기향을 피웠고 꿀배 벌레는 불시에 모기향에 노출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러다가 목숨이 위독해진 듯, 숨어있던 녀석은 궤적도 배배 꼬인 산란스러운 비행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날갯짓의 소리도 급박하고 고통스럽게 여겨지는 그런 소리를 발산했다.
새벽까지 소란스럽게 날아다녔고 신경이 굉장히 쓰였는데 차마 살충제를 뿌리지는 못하겠더라.
4
이제 낮이고 그 꿀배벌레는 내방을 탈출한 건지,
아니면 내방 가구 사이 어디에선가 죽어버린 것인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새삼 방충망의 매미를 쳐다보았다.
저 녀석이 봤을까? 알까?
야, 너도 약 냄새 맡았을 거 아냐?
넌 멀쩡해?
대답이 없는 매미.
듬직한 게 좋다지만 너무 반응 없으면 재미없다.
아버지도 당신 스스로 매미를 쫓아보내지 못했다고 하셨다.
나도 쫓아보내지 못할 거 같다.
그냥 반응이 없어도 듬직하고 예쁘고 한결같이 좋은 느낌이라서.
5
꿀단지 벌레의 안녕과 매미의 수태를 기원하며,
기원하는 거니까... 달달한 차나 한 잔 마실까?
기원 할때는 '술'이 쓰이지 않느냐고?
노우, 노우.
기원술 방문하다,라는 말은 없지만
기원 차 방문하다,라는 말은 있다.
그러므로 기원을 하기 위해서는 차를 마셔야 한다.
응? 방문은 어디로 가냐고? 찻집으로 가야지. 아무렴.
아무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