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배움처에서 만나서 연락을 잇게 된 지인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대화도 좀 나눠봤는데 나름의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었다.
성품과 취향이 확실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낀다.
2
조금 난감하기도 했다.
'다르다.'라는 것이 그들의 개성이지만
나에게 다가오기에 약간의 이질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과 같은 성향의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다른 개성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유용하다고 본다.
나를 살펴보면 되는데, 굳이 나 같은 사람을 또 만날 필요가 있겠나.
그런 면에서 지인들은 독특함이 있고 개성이 있어서,
살펴보고, 공감해 보고, 이해해 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3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다.
그 '속 모를' 사람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
속을 측정하다가 지쳐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개성 강한 지인들의 각양각색 경험사를 들으면,
내가 지나온 경험들은 참 소박하다 못해 심심할 지경이다.
근데 희한하게도 그들의 경험사를 듣노라면,
신기하게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니,
내 인생사에도 저런 경험들이 편린처럼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4
팬데믹 때부터 두문불출 집에만 있다 보니 대인관계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배움처에 나오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니... 참....
일이 많았다.
집에 있을 때는 갑갑함을 느꼈는데,
배움처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런 감정도 잠시뿐,
곧 집에 홀로 있는 게 더 편하고
배움처에 있는 것 역시 그다지 숨통이 트이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5
사람은 두 경우 뿐이다. 홀로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누구나 홀로 있거나, 아니면 타인과 함께 있는 경우 뿐인데,
두 경우 모두, 늘 대면해야 할 존재는 하나이다.
본인, 나 자신.
혼자 있을 때, 스스로를 돌아보고 살펴보며 본연의 '나'와 대면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과 있을 때에는 그들과의 대화, 행동, 반응을 살피며
'나'는 어떻게 말하고 대응하고 적응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냥 생각하기엔, 두 경우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것이 좋을 듯 한데,
모르겠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꼭 진실하게 행동한다고 만사형통은 아닌 것 같더라.
비위를 맞추던, 융통성을 발휘하던, 어쨌든 정도의 차이이지만,
진실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들에 판단하고 생각하는 '나'를 느끼게 되면,
결국 마주해야 하는 것은 사회 생활과 사람이 아닌,
다름 아닌 '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6
사람을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를 아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혼자여서 외롭고 함께여서 외롭지 않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았었지만, 이번에 너무 절절하게 느꼈다.
늘 외롭다, 혼자든 아니든.
인간이라면 기본값으로 외로움이 장착되어 있으니 피하기보다,
그저 언제나 스스로를 지켜보고 가다듬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7
이상한 것은, 똑같이 외로울 거면 혼자 있는 게 편한데,
사람이란 동물은 어쩐지 자꾸만 인간적 교감과 교류를 원한다.
그래서 한 길 속, 자신 마음도 잘 모르면서
자꾸 여러 명의 지인 속을 알고자 만남을 이어간다.
8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것인가.
고독함을 지향하는 집순이도 결국 인간적 교류를 끊어내지 못하니 말이다.
맞닿은 인연들이 건강하게 서로 알아가게 되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