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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May 04. 2024

자잘스토리 8 - 018 - 취미 유지비는 문화비






1


다꾸를 위해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를 잔뜩 구입했다.

이것저것 잔뜩 구입했는데도 착한 가격, 다이소가 짱이다.


웹사이트에서 다꾸 용품을 살펴보면 용도와 디자인이 무궁무진하지만

가격이 사악하다.

예쁜 스티커와 테이프를 몇 개 골랐다가 신사임당 한 장이 홀랑

날아가 버리니, 누가 다꾸는 소소한 취미라고 하던데,

누가 그 말을 했는지 잡아다가 곤장을 치려 했으나,

'소소한 취미 '축''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 눈물짓고 만다.


신사임당 님을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는데 왜 자꾸 떠나시는지?




2


요즘 취미는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운동 취미도 운동복이나 기구 하나쯤은 구입해야 하고,

그림 취미는 말할 것도 없이 재료비가 왕창 들고,

사진, 낚시, 바이크, 목공예, 베이킹.... 말도 못하고,

하다못해 요가도 매트 하나는 구입해야 한다.


초기 비용, 투자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없다.




3


근데, 또 뭐든 작게 시작하면 적게 들이고 시작할 수 있다.

말했듯, 요가 매트 한 장에 5천 원쯤 하고,

그림도 간소하게 시작하려면 연습장이랑 펜만 있으면 되고,

널리 좋은 취미로 알려진 독서는 책이 있어야 하는데

구매 책값이 부담스럽다면 공공 도서관 갈 때의 차비만 투자하면 된다.


시작은 작게, 비용을 적게 들여 출발하고, 

그 후 진정 즐기며 들이는 비용은 취미라 일컬을 수 있을 때이니

투자비용이 아니라 문화 비용이 말해도 되겠다.




4


다이어리 꾸미기가 취미이기는 하지만,

페이지를 예쁘게 꾸미는 감성 다꾸를 추구하기 보다,

페이지를 꾸미면서 필기 공간을 만드는 메모용 다꾸를 하는 편이다.

꾸미는 게 주가 아니라 메모가 핵심이기 때문에, 사실,

다꾸 용품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예쁜 용품을 계속 사들였고,

용품 꾸러미가 한 상자가 되고보니, 다꾸 할 때마다 작은 상자들을 꺼내어 

사용하기도 번잡해졌으므로 속으로


'이젠 구입은 그만.'


...이라고 되뇌었다.




5


거의 1년 만에 다꾸 용품을 구입하는 거라 과감하게 장바구니에 넣었다.

1년 동안 안 샀으니, 스스로를 장하다고 생각한다.

참을성과 인내심도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고,

또 다꾸 취미도 이제 햇수로 5년쯤 즐기고 유지하고 있으니,

이제는 기타 비용이 아닌 문화비용으로 규정해도 될 듯 싶다.


그간 물품 결제할 때마다 웹 결제라, 

마우스를 부들부들 잡고 버튼을 고심고심 끝에 클릭했는데,

오프라인 매장은 카드를 단말기에 쓱 넣기만 하면 되어서,

뭐랄까, 떨리는 손맛이 없다.

역시 손맛... 음? 손맛?

손맛 찾다가 패가망신한다는 낚시를 취미로 하게 될까 봐 무섭구려.




6


오랜만에 외출했는데 날도 슬쩍 덥고,

짐도 잔뜩 들고 움직였더니 힘이 좀 빠졌다.

아무래도 외출 일정이 잡히면 전날에는 고기를 좀 먹어야겠다.

어디 보자, 고기를 사려면...집순이는 나가는 것 보다,

역시 웹사이트가 간편하지.

손맛 느끼러 가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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