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May 11. 2024

자잘스토리 8 - 019 - 응원과 주문의 메시지






1


얼마 전에 오빠 내외가 왔었다.

매번 만들어내놨던 간식이 지겨울까 봐 색다른 간식을 미리 전날부터 만들었다.


진작에 만들어 먹어왔던 것이지만 

오빠 내외에게는 처음 대접하게 되는 간식이었다.

만들 때 넉넉히 만들어져서 네모난 락앤락 2통에 가득 찼다.

숙성을 시킨 후 먹어야 하므로 대충 통에 나누어 담고,


"너흰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통안의 간식들에게 존재로서의 자신감을 갖게끔 응원을 하고, 

동시에 주문을 걸어 냉장고 안에 잘 두었다.




2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족들은 모두 식사를 하고 간식을 먹는 중이었다.

특히 오빠와 언니도 와서 담소하다가

작은 네모통안의 간식을 다 먹어가고 있었다.

오빠 왈,


"맛있다. 근데 저 한 통 남은 거 가져가도 될까?"


응? 아직 맛 못 본 사람이 많은뎅...


오빠는 다시 왈,


"이게 보통은 너무 달 텐데, 네가 많이 달지가 않게 만들어서 맛이 있어."


...라고 진심으로 맛있어 하는데 또 어찌하랴.

맛을 못 보신 아버지에만 조금 덜어드리고 통째로 건네주었다.




3


그리고 오늘 다시 만들고 있다.

지금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고 차갑게 식기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이 간식을 만들 때에는 커스터드 크림도

달걀 깨서 노른자 분리해가며 직접 만드는 정성을 다했으나,

이제는 비용을 들여 커스터드 믹스 가루를 사서 물 넣고 젓는다.

그럼 간단하게 커스터드 크림은 완성.

한결 수월하다 보니 절로 외치게 된다. 


'요리도 돈 들이면 쉽다!'




4


아닌 게 아니라, 다음 과정이 액체 생크림을 거품 생크림으로 만들려면

한 방향으로 엄청나게 저어줘야 하는데, 나는 무섭지 않다.

휘핑기 비스므레한 것이 있으니까.

없었으면 직접 손으로 휘저어야 했을 테니,

한여름도 아닌데 땀 범벅이 되었을 테고,

팔뚝은 알이 배겨서 한 사흘간은 앓는 소리를 흘려야 했을 것이다.

전에 사둔 핸드 믹서에 거품기만 교체해 끼우면 

전용 휘핑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돈 들여서 핸드 믹서를 안 샀다면 그래서 휘핑기가 없었다면,

난, 간식을 안 만들고, 안 먹고 말았을 것이다.

이게 애초에 돈 들여서 핸드믹서를 샀었기에 오늘의 간식 만들기가

쉬울 수 있었던 것으로, 다시 강조하여 외친다.


'요리는 돈 들이면 쉽다, 알도 안 배긴다.'




5


지금 무사히 크림을 만들고 재료를 섞어서 완성하고 왔다.


막 냉장고에 넣어 숙성을 시작시켰으니 내일쯤 꺼내어 먹으면 될 것이다.

크림 덩어리라 체중 증가가 걱정되지만,

동거인 두 분은 워낙 체중이 빠지고 계시는 터라,

안 드시면.... 그게 더 걱정.

꼭 맛있어야 하는뎅. 그래야 드실 마음이 생기실 텐뎅...


이런! 통안의 간식들에게 존재로서의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응원과 격려 그리고 주문의 메시지를 까먹고 말 안 했다.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너희는 진정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라고 슬며시 속삭여야겠다.




6


요리는 돈 들이면 쉽다지만,

그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그래도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요리는 '정성'이다.

이 주장에 딴지를 걸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정성을 다하여 만들고 정성을 다하여 냉장고 안에다 맛있어져라....


결론, 범사에 정성을 다하자.




-끝-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스토리 8 - 018 - 취미 유지비는 문화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