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쿠폰을 주신다.

덕분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by 빛날

이사 온 지 1년.

브런치 작가가 된 지 7개월.

지금 이 카페에서 글을 쓰기 시작 한 건 4개월이 조금 안된다.

카페는 대로변 아파트 주변 상권이 모여있는 곳에 있다.

추어탕과 선짓국을 파는 가게가 봄이 오면서 문을 닫고 몇 개월 동안 아무런 가게가 들어서지 않았다. 6월이 되면서 어느 날 공사를 하길래 어떤 가게인가 참 궁금했는데 무인 커피숍이 들어섰다.

커피숍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좀 걱정이 됐다. 같은 상가 블록으로 커피숍이 2개나 있고 길 끝 건물을 돌아서면 2개의 커피숍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숍마다 다른 특징을 가졌지만, 500~600미터 거리에 무인 커피숍까지 포함하면 5개의 커피숍이 있다. 작은 도서관이 있는 공원과 아파트가 도로를 마주하고 있고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마트가 들어 있는 상권이긴 하지만 도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살짝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에 가까운 동네이다 보니 인구 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조용하고 깨끗해서 살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하는 곳이지만 장사하시는 분 입장에서 같은 업종의 가게가 많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무인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인형 가게는 있지만 무인 카페는 이 동네에 처음 들어서는 거라 궁금하기도 하고 '장사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통창으로 커피숍 안이 환히 보이는 무인 커피숍이다. 마트를 가기 위해 항상 지나는 길이라 안을 들여다보곤 했다. 아무도 없을 때도 있고 가끔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이기도 했다.

동네 작은 커피숍은 혼자 책 읽기 좋아 찾아가는 곳이지만, 평일 조용한 시간이나 주말 아침 외에는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 내가 원할 때 가지 못했다. 체인점이 있는 큰 커피숍도 있지만 집과 떨어져 있고 외출을 자제하는 이 시국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름이 들어서는 계절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집으로 돌아오는 어느 주말.

시원한 에어컨이 열 일하고 있는 이 주인 없는 무인 커피숍에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공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과 시원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만나 커피숍 문을 밀고 들어섰다.

커피숍 사용 안내글을 차례차례 읽고 커피를 내린다. 작은 바구니에 커피와 함께 먹으면 좋은 비스킷도 있다. 평소 마시는 커피보다 조금 진하지만 맛도 괜찮다. 음악도 있고 책도 있고 따뜻한 커피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나 외에 사람은 없다. 오호라~~~

나만의 서재다.

그날 이후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이 무인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다. 집에서 글을 쓸 때 보다 카페에서 쓰는 게 집중이 좀 더 잘 되었다. 집에서는 쓰다 말고 눕기도 하고 세탁기를 돌리기도 하고 냉장고 문을 괜히 열고 닫고 한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자판을 두드리는 일 외에 크게 할 일이 없지 않은가?


쿠폰을 사서 이용하면 조금 할인이 된다는 걸 알았다. 자주 이용하니 쿠폰을 사서 이용하기로 한다. 약정된 금액을 구매하고 다 사용한 후 두 번째 쿠폰을 구입하는데 사장님이 서비스 쿠폰을 하나 더 보내주셨다. 자주 이용해 줘서 감사하다고.

에고. 내가 더 감사할 일인데. 이렇게 쿠폰까지.

얼굴도 못 뵌 사장님과 이렇게 문자로 인사를 나누었다. CCTV로 사장님은 나를 보셨을 수도 있겠지만.

카페에 손님은 드문드문 들어왔지만 대부분 혼자 공간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이용하는 시간대가 조용한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주인이 늘 상주하는 카페가 아니기 때문에 카페에 들어서면 잠시 문을 열어 환기를 먼저 시킨다. 사장님 허락 없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나 싶지만 날씨가 정말 좋은 날은 문을 열고 싶다. 간혹 바닥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거나 흘린 음료가 있으면 정리를 하기도 한다. 대체로 주민들이 깨끗하게 사용하셔서 깨끗했다. 어느 날은 환기를 시킨다고 문을 여는데 바로 어떤 남자분이 들어오셨다. 서로 인사를 했다. 나는 이분이 사장님인 줄 알았는데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나가시는 것을 보고 손님인 줄 알았다. 그분은 나를 사장으로 아셨겠지.......

어떤 날은 무인 카페를 처음 이용하시는 분께 사용 방법을 설명해드리기도 했다. 카페 안에 물어볼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당연하다. 무인 카페는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보다 테이크 아웃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시험기간에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은데 자주 오는 친구들이 온다.


어느 날 사장님과 딱 마주쳤다.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젊은 여자분이 들어오시더니 청소를 하신다. 슬쩍 다가가 고백한다. 제가 마음대로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는데 괜찮겠냐고...

다행히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며 음료 종류에 상관없이 사용하는 쿠폰을 한 장 주셨다.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라 그런 건데.. 우째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오는 날은 알아서 환기를 시키겠노라고 말씀드렸다. 허락을 받으니 확실히 맘이 편하다.


카페가 많아서 처음 오픈할 때 걱정을 했는데 카페마다 특징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이 가는 곳만 가는 것 같다. 꽃집과 함께하는 카페, 디저트가 풍성한 카페. 책과 함께 정성 가득한 주인이 있는 카페. 빵과 함께하는 카페. 그리고 이곳 무인 카페는 테이크아웃과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덕분에 나는 글을 쓰기 좋은 공간을 얻었다.

오늘도 정액 쿠폰을 새로 구입을 했다. 쿠폰을 받고 또 문자가 왔다. 자주 이용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문자와 함께 서비스 쿠폰을 하나 주셨다.

이런.. 커피 값도 저렴한데 자꾸 이러시면............ 될까요?

되니까 주시는 거 맞죠? 기분이 좋긴 합니다만.

장사가 잘 되는지 살짝 걱정도 되기도 하고 고맙고 그렇답니다.


사장님.

덕분에 제가 눈치 안 보고 따뜻한 커피 마시며 편하게 글을 씁니다.

장사 잘 되기를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