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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현 Jan 23. 2018

옆동네 바보형 같은 고양이 반장이

저희 사무실 직원냥 반장이를 소개합니다.

우리 사무실에는 손님이 오면 항상 먼저 맞이해주는 녀석이 있다. 약간 엉뚱한 매력을 가진 그 녀석의 이름은 반장이. 오른쪽 팔에 하얀 완장 같은 무늬를 가지고 있어서 지어준 이름인데 이름값을 하려고 그러는 건지 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접대도 하고 면접이라도 보러 오면 꼭 지가 면접을 보려는 것처럼 테이블에 앉아서 부담스럽게 빤히 바라본다.


이런 성격 덕분에 사무실에서는 항상 귀여움을 받지만 한 번씩 우다다를 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해서 동네 바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털이 길고 친칠라라는 품종도 가지고 있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뭔가 조금 멋져 보이긴 하지만 성격은 안아주면 어쩔 줄 몰라하고 기분이 좋아 고로롱 거릴때면 침도 흘리는 독특한 면이 매력적인 남자아이이다.


반장이는 털이 긴 장모종 고양이라 한 번씩 미용을 할 때가 있는데 동물병원에 미용을 맡기고 잠시 볼일이라도 보고 오면 어디 갔다 왔냐고 냥냥 거리며 네 다리를 쫙 뻗어서는 가슴팍에 붙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하기도 할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고 의지하는 녀석이다.



반장이는 사실 유기묘 출신이다. 털이 길거나 다리가 짧거나 추위를 겪어보지 못한 집고양이들은 유기되었을 때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숲의 고양이들은 서로 구역을 나눠서 생활하고 있으니 새로운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면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엔 더더욱.


반장이를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은 정말 처참했었다. 추운 겨울밤 밥을 먹으려 모여든 아이들 틈을 파고들어 사료라도 먹으려고 하면 다른 아이들이 하악질을 하거나 펀치를 날려 다가오지도 못했다. 겨우 다른 아이들이 밥을 먹고 흩어지자 남은 사료를 먹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몹시 경계하고 도망을 갔으며 그러다 다시 배고픔에 밥을 먹으려고 다가오길 반복했다.



장모종 고양이다 보니 털은 엉켜있고 솔잎과 낙엽이 털 사이사이에 끼어 있었고 심지어 진드기도 잔뜩 가지고 있었다.


품종을 가진 유기묘 특히 털이 긴 장모종 유기묘들은 적응이 쉽지 않지 않음을 잘 아는 우리는 반장이의 구조를 결정했다.

다행히 사람 손에서 큰 아이라 먹을걸 몇 번 챙겨주다 보니 경계가 금방 느슨해졌다. 그 틈에 얼른 들어서 케이지에 넣었고 케이지 안에서 발버둥을 치는 녀석을 데리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외상이나 전염병 등은 없었고 아마 며칠 더 숲에서 생활을 했었다면 굶주림과 목마름에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을 텐데 다행히 건강상태도 양호했다. 가장 문제는 긴 털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진드기들이었는데 반장이가 잠시 앉았던 자리엔 진드기가 떨어져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내 외부 기생충약을 모두 바르고 병원을 나와 격리가 용이한 지인에게 반장이의 임보를 부탁했다. 며칠 후 진드기가 대부분 사라진 후 다시 긴 털을 모두 정리하여 싹 미용을 한 후 사무실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이미 사무실에는 먼저 살고 있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처음엔 경계하고 숨어있더니 어느새 금방 적응을 하고 사무실에서 대장 노릇을 하려고 들었다. 사무실 직원들과도 금방 친해져서  키보드나 마우스를 밝고 지나다니거나 사무실 한 복판에서 대자로 누워 자는 등 완벽히 적응을 했다.


유기묘들은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숲에서 유기묘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이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았었다. 이쁘고 귀엽다고 무턱대고 데려와 키우지만 고양이에 대한 습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키우다 보면 고양이와 처음으로 겪는 갈등이 발정기이다. 밤새 시끄럽게 울고 다니며 구석이나 이불에 볼일을 보는 등 발정기에 사람과의 갈등은 최고에 다다른다.



반려묘도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가족이다. 그렇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당연히 공부도 필요하다. 하지만 책임감이 부족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런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발정기를 쉽게 보내기 위해서는 교배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발정 주기가 짧은 편인 고양이들에게 교배와 출산을 반복하는 것은 동물학대에 가깝다. 또한 급격히 늘어나는 아기 고양이들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교배를 통한 해결이 단점이 많아 다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방법은 중성화 수술이 유일하다.


중성화 수술이 오히려 동물의 본능을 없애고 학대하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려묘와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어쩌다 고양이를 유기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 또한 발정기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유기했으며 중성화 수술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며 고양이는 밖에 풀어줘도 잘 산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장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아마 아기 때부터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했을 테고 무슨 이유로 유기된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기되기 전까지 사람이 유일한 안식처이며 세상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이기심에 또는 부족한 책임감에 또는 이해가 부족해서 추운 겨울 숲에 버려졌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반장이는 어느새 다가와 고로롱거리며 안아달라 은근히 보챈다. 반장 이를 버린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이런 난쟁이의 매력을 모르고 버린 그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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