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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Jan 31. 2022

변이와 혁신

(사진 :김영애 선장)

바이러스는 혼자 자신을 복제하지 못한다. 복제를 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세포 즉 숙주가 필요하다. 자신의 종족을 유지시키기 위해 바이러스가 숙주에 침투하는 것이다.


세포에는 '수용체'라는 것이 있는데 바이러스는 여기에 맞는 열쇠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복제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숙주는 '항체'를 만들어 낸다. 항체는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열쇠 단백질을 덮어씌워 바이러스가 세포 문을 못 열게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다시 변이 하여 세포안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새로운 열쇠 단백질을 찾아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바이러스의 변이하면서 진화되는 것이다. 코로나가 오미크론까지 변이 한 것도 이런 과정의 산물이다.


특히 초기 바이러스가 치명률이 높지만 숙주를 죽이면 바이러스도 죽기 때문에 변이를 거듭하면서 숙주와 공생을 하는 방향으로 변이하고 진화한 바이러스가 종족보존을 할 수 있는 종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종족보존을 위해 진화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아닌가 싶다. 수두에 걸린 아이는 수두가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두 바이러스는 골수 등 신경계에 자리를 잡고 50-60년을 잠복한다.


이 아이가 노인이 되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 바이러스는 활동을 재개하여 대상포진을 발생시킨다. 노인이 대상포진에 걸려 피부를 긁으면 이 바이러스가 다시 면역력이 부족한 어린 손주들에게 넘어가 수두를 일으킨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둘 다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라 한다. 영리하게도 인간의 성장에 맞추어 조부에서 손주로 넘어가 종족을 보존시키도록 진화한 것이다.


생물체는 종족보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 변이할 수 있는 능력이 생명의 핵심코드가 아닐까 싶다. 바이러스와 같은 미물이 변이하고 진화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변이와 진화능력이 생명의 핵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진화를 역사로 살필 수 있다면 셀 수 없이 많은 변이와 진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지금의 인간이 생존한 것이다.


덩치가 커서 근력이 강하고 뇌도 커서 머리도 좋은 네안데르탈인은 아는 사람 하고만 무리를 이루었다 그래서 가장 큰 무리라 해도 300을 넘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덩치도 작고 뇌도 작아 네안데르탈인과 1:1로 붙어서는 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 즉 사회, 종교,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더 큰 무리를 이룰 수 있었다.


결국 1천이 넘는 무리와 300인의 무리로 집단 싸움을 하면서 네안다르탈인은 멸족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한 것이라 한다.


우리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 역시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핵심 근원인 것이다.


지금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는 점진적으로 일부는 급진적으로 적응하면서 인간과 인간 무리인 사회가 변화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에 따라 이를 찬성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며, 소위 보수주의, 급진주의 같은 이념의 문제로 이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의 근원 코드를 가지고 얄팍한 기준으로 변이의 숭고함을 퇴색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 든다.


“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야!  내 고집은 아무도 꺽지 못해!  나를 중심으로 이 사회나 기업이 바뀌어야 해!” 같은 개인들의 생각들 역시 바이러스 같은 미물도 갖고 있는 변화와 혁신의 능력을 부인하려는 반 생명적인 오만함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는 우리에게 더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변이에 대처하고 새로운 혁신을 위해 새삼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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