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선물 받은 난, 매년 여름에 향기로운 난초꽃이 피었다. 물을 주다 발견해 거실로 옮겨 감상하는데, 퍼지는 은은향 꽃향기 때문에 난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매주 물 주는 수고에 답하는 것 같아 기특하다.
한꺼번에 받은 축하난을 주변에 나누어 주고도 남은 것을 사무실에 두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1년 정도 지나면 난 분마다 한두 촉밖에는 남지 않고 모두 죽어버린다. 마침 집에 난 분 몇 개를 가져다 놓았는데 다행히 이 난초들은 베란다의 다른 식물들과 잘 지내며 건강한 잎을 유지해 왔다.
그중에서도 이 화분이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잎 몇 가닥이 누렇게 변해 떨어지기도 하지만 새 잎이 자라나면서 조금씩 촉수가 늘어나고 잎이 풍성해지면서 활성도가 높아져왔다.
뚱딴지 같이 대학교 신입생 때 도서관에서 Orchid(난초)에 대한 책 여러 권 탐독하게 되었다. 당시 동양란 중에서 어떤 것이 귀한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귀한 것을 구해서 키워보겠다는 욕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본 동양란을 화원에 가서 물어보니 모두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흰꽃을 피는 잎이 작은 한란, 줄기에 흰 줄 테두리가 있는 잎이 작은 춘란 등 모두 구할 수가 없었다. 당시는 그것이 얼마나 비싸고 구하기 힘든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잎이 큰 제주 한란 몇 촉을 구해 값이 싼 잎이 큰 춘란 몇 분과 함께 키웠던 기억이 난다.
그 후 10년쯤 지나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앞집 베란다에 잎이 작은 춘란을 많이 키우는 전문가를 만났다. 오랜 부탁 끝에 내가 갖고 있던 수석 문양석 한 점을 주고 춘란 2촉을 받아 키우기도 했다. 물론 잘 키우지는 못했다. 그늘을 만들어 주고 습도를 유지해 주고 물 주기를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귀한 2촉은 이내 죽고 말았다.
그러나 이 난초는 귀한 잎이 작은 춘란과 달리 키우는데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활성 있게 만들어 온 것이다. 까다롭게 굴면 사회에서도 자연에서도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난 8년이면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기간인데, 이 난초는 아랑곳 않고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 온 것이다. 우리 삶이 자연의 이치와 달리 너무 큰 요동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