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제시한 인구 모델 개념상 초고령화(super age) 사회는 다섯 사람 가운데 한 명의 나이가 65세 이상인 경우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일 때 슈퍼 에이지라는 얘기다. 초고령 나이가 65세 이상이라고 하는데 실제 우리 주변에서 65세 이상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역동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기업 오너 회장이나 대표인 경우 엄청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 70이 넘으신 분들이다. 또한 교수로 정년퇴임을 한 경우도 만 65세가 넘게 되지만 여전히 명예교수로 학교와 사회를 위한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
50~74세 사이의 연령대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일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저자인 미국 미래학자 브래들리 셔먼은 이들을 미들플러스 세대라 하며 왕성한 경제활동을 이어가면 소비와 자산 운용 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미국에서 약 50년 전인 1967년부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 ADEA)을 도입하고 있는 이유이다. 100세의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교수님은 100세가 넘어서도 여러 군데 강연을 다니신다. 김교수님은 70대를 계란의 노른자 같은 golden age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역작을 남긴 나이가 70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노인과 죽음에 대한 에세이를 쓴 미국의 윌듀란트는 “노년에 대하여” 라는 책에서 “노인은 감각과 의지가 무뎌진 덕분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노인은 본론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열렬한 청년의 눈빛과 치열한 시간과 논리의 싸움에서 허구한 날 똑같이 어리석은 이야기만 늘어놓기 때문에 무대를 비워주어야 할 노인으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 했다.
그러나 70 노인의 초입에 들어선 필자로서는 이 같은 염세주의적 노인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젊은이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고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것과 달리 노인은 농익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은 청년과 같은 열렬한 눈빛을 유지하고 치열한 논리싸움에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는 순발력을 유지해야 한다. 김형석 교수님은 이 방법으로 정기적으로 근간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을 가지라고 한다.
은사님이신 고 송자 연대총장님께서 교육부총리를 그만두시고 70세가 되셨을 때 한 민간그룹의 회장직을 맡아 일을 하실 때 제자들에게 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들 70이 넘어서도 월급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 1%도 안 될 거야! 여러분도 70 넘어서도 월급 받아야 할 것 아냐? “ 다행스럽게 은사님 바람대로 필자는 아직도 월급을 받으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어떤 종류의 인재이던 관련 분야의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수습하고, 반전시킬 능력이 있는 인재가 가장 소중한 것이다. 젊음의 패기로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임원급의 노련한 경험으로 해결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종종 간과할 수 있는 능력이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이후의 인재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지혜로 무장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CEO들은 종종 이러한 지혜를 얻기 위해 이런 사람들을 고문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문제가 터지면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그럼 무엇이 이와 같은 새로운 시각의 대응논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필자의 경우 업계의 전문성은 물론, 법적, 학문적, 실무적으로 종합적인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능력을 지녀야 한다. 첫째 사안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임을 신속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험이 적은 관리자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파급력과 중대성을 단번에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안이함으로 신속히 대처 못한 후회를 많이 해본 유 경험자일수록 문제의 중대성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문제에 대한 관련 전문지식(Domain Knowledge)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에 대한 소신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보다 더 부지런하게 관심분야에 대한 최신의 국내외 분석기사나 사설, 단행본들을 읽고 메모해 두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알게 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세 번째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관련 의견을 청취, 정리한 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어떤 후속 영향이 있을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의 장점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후속 영향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이제 막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채기 시작한 젊은이들과 달리 이미 어떤 일이 발생할지까지 예상하고, 나아가 그 예상되는 결과를 완화시키기 위한 단기 및 장기조치까지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적 사고와 대처가 중요시되는 미래 우리 사회나 기업은 나이보다는 누가 더 노련한가를 볼 것이다. 윌 듀런트가 표현한 ‘나이 들어 겁먹은 보수주의자‘로만 보여서는 곤란하다. 성실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치열한 지식습득, 여기에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잘 보이지 않는 최적대안을 찾아내는 노련함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