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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Oct 07. 2024

노년 글쓰기

노년의 마음은 사소한 것에서도 복잡하게 얽힌 감정이 생긴다. 최근 공항에서 걷다가 내 걸음걸이가 다른 이들보다 늦어지자 지지 않으려고 더 빨리 걸었다. 내가 벌써 노화되고 있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찾아온 것이다. 노화가 가져다주는 육체적 약해짐은 매우 큰 두려움이다. 노년의 질병과 노화, 그리고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시작되는 징조이기 때문이고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마실가고, 늦은 저녁 홀로 앉아 있으니 서늘한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든다. 지난 삶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사랑했던 사람들, 이루고자 했던 꿈, 그리고 여러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얻었던 것들이 마음의 무게로 내려앉았다. 오랜 기간 동안 몰두했던 과거의 경험과 배움이 단순한 기억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더욱 무겁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의 존재가 이 세상의 작은 파문처럼 사라져 버릴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글을 써야겠다.  이러한 불안이 커지는 만큼 내가 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라도 글로 남겨야겠다. 내가 겪은 모든 고통과 기쁨, 늦은 밤에 흘린 눈물, 따스히 웃던 순간들을 남기고 싶다. 내가 얻은 인생과 직업에서의 지혜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닫혀 있는 마음의 창을 조금씩 열며, 내 안의 불안과 마주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서도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노년이란 삶의 마지막 장을 의미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동안 쌓아온 지혜와 경험을 나누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했던 결정들, 그로 인해 변화한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나의 경험을 남기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


불안한 마음이 생길수록 글을 통해 영혼의 안식을 찾고, 나를 지탱해 준 소중한 것들을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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