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바스
초등학교 때는 우여곡절로 나를 잃어버린 세련되고 부자이며 교양있고 출중한 부모가 교실로 나를 찾으러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자꾸만 뒷문을 돌아보며 기다렸다.
중,고등학교 때는 앞으로 엄청 이쁘고 날씬하고 게다가 똑똑하고 지적인 20대의 나를 꿈꾸며 백마 탄 왕자가 여러 명 와서 청혼하면 누굴 고를까 고민했다.
20대에 정신차려보니 왕자는 고사하고 보통의 남자인간도 고르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somebody와 anybody 중간의 남자와 결혼하고서 이제 남은 기회는 오로지 아이들이었다. 어머니 말씀을 공손히 경청하고 한 번 말하면 혼자서도 잘하고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성격도 좋고 공부도 출중한 아이들을 꿈꾸었다. 누구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탐내는 아이들을.
20대 중반의 아이들은 어머니 말씀을 중간에 싹둑 자르고 한 번 말하면 절대 듣지 않는 아주 건강한 아이들로 자랐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50년을 지나니 신이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삶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소소하고 무탈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선물인가를 내가 깨닫게도록 50년을 기다려 주신 것이다. 지루해서 대충 살까 봐 50년을 기다려 주신 것이다.
이제는 안다. 삶이란 내가 묵묵히 살아내야 하는 것임을.
가족 모두 사건, 사고없이 무탈하기를 하루하루가 소소하기를 별일 없기를 고요하기를 오늘도 기도한다.